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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북 전단과 '재스민 효과'

허종욱/한동대 교수

지금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스민 혁명'이 북한에서도 가능할까?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쉽지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시위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매개체는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그런데 김정일 독재체제에서는 이 서비스가 특정인들에게만 가능하고 일반시민들에게는 요원하다.

따라서 '재스민 혁명'과 같은 나라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일반 시민들이 알 길이 없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북한 공격에 대한 대의명분이다.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연합군이 리비아를 공격한 것은 카다피의 '자국 국민 보호책임'을 물은 국제사회의 제재행위다.



카다피는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는 커녕 파멸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유엔은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제재행위가 북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중동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김정일 항거시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도 조짐이 보인다. 매개체는 바로 남한에서 날려 보낸 전단이다. 이 전단들을 받아보고 있는 북한주민들 사이에 '재스민의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6일 국회 국방위 송영선 의원이 언급한 바에 의하면 1980년대 이후 북한으로 날려 보낸 대북 살포전단은 무려 19억1800만장에 이른다.

1980년대 초부터 고무풍선을 통해 날려 보낸 전단 살포운동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기간에는 '햇볕정책'으로 위축됐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2월 16일 김정일의 70세 생일을 맞아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20여개 단체들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대적인 전단살포 행사를 가졌다.

대형풍선 10개를 통해 전단 20만장 김정일의 비행을 담은 DVD 1000개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담은 USB 200개 미화 1달러 짜리 1000장을 보낸 것이다. 이 풍선들이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GPS장치도 처음 사용됐다. 지난 5일 중부전선에서도 전단 살포행사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집트의 시민혁명을 담은 영상과 전단 20만장을 북으로 보냈다.

이에 대해 최근 남북정상급회담에서 북측단장은 "심리전 행위가 계속되면 자위권 수호를 위해 임진각 등 심리전 발원지에 조준 격파사격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 TV도 지난 주 "최근 남조선 군부 호전광의 반공화국 심리전 책동이 주도에 이르러…반공화국 삐라 수십만 장과 불순한 동영상 자료를 수록한 USB 너절한 1달러 지폐 등을 넣은 기구를 우리측 지역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북한 당국은 대북전단 살포 사실이 주민들 사이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왔던 태도를 바꾸어 내놓고 주민들 사이에 경각심을 불어넣자는 속셈인 것 같다.

이제 대북전단 살포사실을 북한 당국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마당이어서 소문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이 전단들이 '재스민 효과'를 발휘하여 북한에서도 시민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김정일은 서방연합군이 리비아를 공격하리라고 상상도 못했으리라. '자국민 보호 책임'을 망각한 김정일은 리비아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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