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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신자가 되었다는 것은…

전달수 안토니오/성 마리아성당 주임신부

어느 날 본당 신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분이 하는 말이 너무 진지하여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는데 이런 말을 했다.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고 나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저의 기본 삶의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겁니다. 홈디포에 가서 물건을 골라서는 싣고 나와 계산대에 서 있으면 종업원이 품목의 값을 일일이 기록한 후 값을 알려주면 계산을 하고 나오다가 한 두개 빠진 것이 있으면 '오늘 기분 좋다. 20달러 벌었구나' 라고 해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10달러 짜리 두 개가 빠졌습니다'라고 말하고 20달러를 내고 옵니다.

철 난 이후부터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어릴 때부터 꿈꾸어 오던 것을 거의 모두 이루어 왔지만 정직하지 못한 것들 크고 작은 일들을 습관적으로 하기가 일쑤였는데 천주교 신자 된 이후부터는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과 말이 늘 조심스럽고 그 동안 몸에 젖어온 안 좋은 습관들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문제의 근원은 욕심에서 나온 듯합니다.

그 욕심이 이제는 죽어갑니다....특히 사도 바오로와 야고보의 서간들을 읽으면서 행동 없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라는 말씀을 깨닫게 됩니다."



대화를 나누던 그 신자의 태도가 재미있어 함께 웃기도 했지만 너무 진지하여 그분이 돌아간 뒤에도 한참동안 내 머릿속에 여운이 남아 있었다.

종교인들의 비리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어떤 것들은 악하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끔찍하기도 하고 지저분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비리들 중에도 돈과 재산에 관한 비리는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다. 세속인들이 그런 잘못을 하면 "또 이런 일이 생겼구나" 라고 하지만 종교인들이 그와 비슷한 실수나 잘못을 하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지만 인간성이 약한지라 세속과 악령의 유혹을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종교인들도 약한 인간인지라 잘못할 수도 있다. 자기를 따르고 가르침을 받는 신자들의 사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 신자의 말대로 돈과 재산에 관한 비리는 대개 지나친 욕심에서 기인한다. 현재 미국의 경제사정도 여기서 그 근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가지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길 것이다.

"교회도 이러니 믿을 데는 어딘고?" 하면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세상이다. 교회는 늘 쇄신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떠올리면서 양심의 명령에 충실하여 홈디포에서 20달러를 제대로 내고 나왔다는 그 신자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최근 종교인들의 비리 소식을 자주 듣고 읽으면서 떠오르는 성경의 주제는 맘몬과 하느님이다. 맘몬과 하느님은 동시에 섬길 수 없다. 두 주인을 섬기지 말아야 하는 종교 지도자들은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여 훔쳐 가지도 못한다."(마태오 719-20)는 말씀과 "공중에 나는 새들을 보아라"는 말씀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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