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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마일 원전사고 32주년…기기고장·운영실수 '합작품'

10만명 한꺼번에 대피 소동…손상된 2호기는 영구폐쇄
직접적 피폭피해 없었지만 카터 "신규 건설 없다" 선언

1979년 3월 28일 발생한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미국의 원전산업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돼 있다. 7년 후인 1986년 구 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전세계를 망라해 최악의 사고라는 불명예를 떠안기 전까지 스리마일이란 단어는 대형 원전사고를 상징하는 대명사였다. 이 사고의 파장은 이후 30년 동안 미국의 신규 원전건설을 중단시키고 원전에 대한 미국민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리마일 섬 원전은 동부 펜실베이니아의 주도 해리스버그에서 동남쪽으로 16㎞ 떨어진 작은 시골마을 미들타운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 건설된 원전이 대부분 해안에 건설된 것과 달리 스리마일 섬 원전은 내륙을 흐르는 서스쿼해나 강의 가운데 있는 스리마일 섬에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1978년 완공된 이 원전의 2호기는 상업운전이 개시된 지 불과 넉 달만인 이듬해 3월28일 새벽 4시 문제의 사고가 터졌다. 정격 출력의 97%로 가동 중이던 원전에 밸브 장치에 이상이 생겨 원자로의 주 급수시스템에 물 공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증기발생기에 열을 식히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터빈과 원자로가 정지됐다. 곧이어 시스템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압력 완화용 밸브가 열렸다. 압력이 일정수준으로 떨어진 후 이 밸브는 닫혀야 하지만 밸브는 계속 열린 채로 있었다. 계기판의 오작동과 이를 잘못 읽은 운전원의 실수로 밸브를 잠그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경수로 내부를 냉각하는 비상 노심 냉각장치(ECCS)가 작동했지만 운전원이 얼마 동안 ECCS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로 인해 시스템 전반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었다. 결국 냉각수가 열린 밸브로 계속 유출돼 원자로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급기야 핵 연료봉을 둘러싼 지르코늄 용기에 균열이 생기고 핵연료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 동안 기술자들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냉각 펌프를 작동시키면서 노심의 온도가 내려갔으나 노심의 절반 이상이 이미 녹아내린 상태였다. 원전 운영본부에서는 이 당시까지만 해도 노심이 절반 이상 녹아내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날 아침 7시45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펜실베이니아 지부에 사고 발생 사실이 보고됐으며 오전 8시 워싱턴 D.C.의 NRC 본부에 비상이 걸리면서 즉각 비상대응팀이 급파됐다. 백악관은 오전 9시15분 사고 사실을 보고받았다. 오전 11시 필수요원을 제외한 인력에 대해서는 원전 부지에서 철수 명령이 내려졌다. 당일 저녁 무렵 노심에 냉각수가 정상 공급되면서 원자로가 안정 상태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수소 기체와 함께 대기 중으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이틀이 지난 30일 아침에야 확인돼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리처드 손버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NRC와 협의 임산부와 취학 전 아동에 대해 반경 5마일(8㎞) 바깥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때마침 스리마일 섬 원전 2호기의 노심을 둘러싼 돔에서 거대한 수소 거품이 솟아오르자 인근주민들은 원전이 폭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황상태에 빠져 10만여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일요일인 4월1일 전문가들은 수소 거품에 불이 붙거나 폭발하지 않는다고 발표 주민들을 진정시키고 나서면서 사태가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았다.

당시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은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은 "원전 신규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스리마일 섬 원전 2호기는 이 사고로 영구 폐쇄됐으며 손상되지 않은 원전 1호기는 1985년에 가서야 가동이 재개됐다.

이후 주변지역의 방사선 피폭 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 1 두께의 격납용기가 차폐기능을 온전하게 수행한 덕분에 방사선의 유출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원전 주변의 방사선 노출 수준은 자연방사선량인 100밀리램(mR)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 반대론자들과 환경단체 등은 스리마일 섬 원전 인근 주민 가운데 암환자 발생이 크게 늘었다고 주장했으나 각종 실태조사 결과 미국 전역의 평균적인 암 발병률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고 직접적인 방사선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는 이후 미국 내에서 원전에 대한 불신여론을 고조시켜 신규 원전건설을 오랫동안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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