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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의 즐거운 책읽기] 수상작 '칼'…영화세트 같은 부자관계의 일그러짐 표현

요즘 노래 잘하는 가수를 모아놓고 서바이벌 게임 형식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를 꼴찌로 떨어뜨려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지다 보니 서바이벌 형식을 스스로 무너뜨려 뭇매를 맞고 있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끊임없는 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예술가나 예술가의 활동에 점수를 매기고 등수를 정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는 반대의 소리가 애초부터 높았다. 하지만 이건 뭘 모르는 사람들 얘기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음악 콩쿨이 있고 셀 수 없는 문학상이 있으며 노벨상의 경우 상금도 엄청나게 두둑하다.

영화는 또 어떤가? 오스카상이다 골든그로브상이다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순위를 매기고 떨어뜨리는 것은 어떤 예술 형식에 대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무대에 서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시상이 주어지면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다.



한국 문단의 경우 특히 소설의 경우 각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신춘문예는 마치 작가의 등용문처럼 되어 버렸고 출판사나 잡지사 혹은 문학상 주관 단체들이 결성되어 밋밋한 문학판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한국의 문학상 중에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상을 들자면 그 첫째가 이상문학상이요 둘째가 현대문학상이며 셋째가 황순원 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중 판매량은 제일 적지만 나의 관심을 끈 책은 소설가 이승우의 '칼'이 수록된 제10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집이다. 수상작인 이승우의 '칼'은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칼을 모을 만큼 강한 것이 아니라 칼을 수집해야 할 정도로 약하고" "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칼을 소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믿음의 부재와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도착된 부자관계의 일그러짐이 극적으로 설정되어 마치 영화세트를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승우 작가의 특집으로 꾸며져 있는 이 작품집은 수상작 '칼'을 비롯해 수상작가가 직접 선택한 단편소설 '무슨 일이든 아무 일도' 중편소설 '첫날'이 함께 실렸고 수상작가가 직접 쓴 연보 정영훈 평론가의 작가론 '아버지를 찾아서' 소설가 박성원의 수상작가 인터뷰 '이승우 낯선 익숙함으로의 초대'로 구성되었다.

또한 최종 후보에 오른 강영숙의 '어떤 싸움' 권여선의 '팔도기획'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 박성원의 '하루' 손홍규의 '투명인간' 윤성희의 '공기 없는 밤'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한강의 '훈자'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여유가 있는 분들께는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세 권을 비교해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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