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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세기의 연인'…스크린 통해 다시 만난다

타계 엘리자베스 테일러, 대표작품 11편 추모 리뷰
10세 데뷔작 '귀로'부터 완벽미 드러낸 '클레오파트라'까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떠났지만 그녀의 영화들은 남았다. 찬란한 미모를 뽐내는 고고한 여왕에서부터 헝클어진 머리로 남편에게 쉴새없이 욕설을 퍼붙는 중년여성까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연기 스펙트럼은 넓고도 화려했다. 할리우드의 전설로 남을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기억하기 위해 일부 케이블 채널에서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폭스 영화 채널은 오는 27일 테일러의 대표작 '클레오파트라'를 4차례나 반복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고전영화전문채널인 TCM은 오는 4월 10일 24시간 동안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출연작 11편을 마라톤 상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녀의 대표작들을 다시 한번 찾아 감상하려는 팬들의 열기도 뜨겁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추억하며 꺼내 볼만한 그녀의 대표작들을 모아봤다.

1941년작 영화 '귀로'(There's One Born Every Minute)는 만 10세의 나이에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처음 출연했던 영화다. 테일러의 어머니가 당시 영화제작사였던 유니버설 픽처스 회장의 부인과 절친했던 덕에 캐스팅 기회를 얻은 것이라는 뒷 이야기가 유명하다. 이후 테일러는 '용감한 래시'(Lassie Come Home)라는 가족 영화에 출연했지만 주인공 개가 받던 주급 250달러의 반도 못 미치는 100달러의 주급을 받으며 연기를 해야 했다. 1944년작 '녹원의 천사'(National Vel-vet)에서 소녀기수로 출연했던 12살 테일러의 모습은 팬들에게 가장 오래 기억되는 아역배우로서의 모습이다.

1950년대에 들어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당대 최고의 미녀이자 섹시 심볼로 성장했다. 시작은 1951년작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였다. 테일러는 이 작품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교계의 꽃 앤젤라 역을 맡아 빼어난 미모를 과시했다. 1954년 스콧 피트제랄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비극적 멜로 영화 '내가 본 마지막 파리'(The Last Time I Saw Paris)에서도 그녀는 가난한 작가와 사랑에 빠진 상류층 여성을 연기해 자신의 매력을 맘껏 뽐냈다. 55년 제임스 딘과 주연했던 '자이언트'(Giant)에서 사랑과 성공에 대한 갈증 혼란스러웠던 시대상을 온 몸으로 연기한 그녀는 이미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할리우드의 여왕' 이었다.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까지는 그녀의 전성기였다. 58년부터 67년까지 그녀는 총 5번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2차례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57년작 '애정이 꽃피는 나무'(Raintree County)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에서는 농염한 여인으로서의 매력을 뿜어내며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59년작 '지난 여름 갑자기'(Suddenly Last Summer)에서는 캐서린 햅번과 불꽃튀는 연기 대결을 펼쳐 찬사를 받았다.

3년 연속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고도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했던 테일러는 1960년 '버터필드 8'(Butterfield 8)에서 비로소 첫 여우주연상 수상의 꿈을 이룬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콜 걸로 열연한 결과였다.

66년작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rginia Woolf)도 테일러에게 다시 한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언제나 아름답게만 보였던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 신경질적인 중년여성을 연기한 테일러는 이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미모 뿐 아니라 불꽃같은 연기력으로도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당대 최고 여배우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63년작 '클레오파트라'도 빼놓을 수 없다. 5년여에 걸친 기나긴 촬영기간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해 빚어낸 스펙터클한 영상 그리고 테일러의 완벽에 가까운 미모가 결합돼 할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역사물이 완성됐다. 테일러는 이 작품을 촬영하며 리차드 버튼과 사랑에 빠져 2번의 결혼과 2번의 이혼을 반복했다. 버튼은 화려했던 남성 편력을 자랑했던 테일러의 전 생애를 통틀어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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