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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 대북전단살포와 '재스민 효과'

허종욱/한동대 교수

지금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스민 혁명’의 성공이 북한에서도 가능할까?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쉽지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작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민주도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 아랍 국가들로 번지게 한 중요한 매개체는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그런데 김정일 독재체제에서는 이 서비스가 특정인들에게만 가능하고 일반시민들에게는 요원하다. 따라서 ‘재스민 혁명’과 같은 나라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일반시민들이 알 길이 없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구미선진국들의 북한공격에 대한 대의명분이다.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연합군이 리비아를 공격하는 것은 카다피의 ‘자국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물은 국제사회의 제재행위다.

유엔은 한 나라의 주권보다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보호를 우선한다는 결의를 했다. 카다피는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파멸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유엔은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제재행위가 북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중동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김정일 항거시위가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도 ‘재스민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이 매개체는 바로 남한에서 북쪽으로 날려 보낸 대북전단이다. 이 전단지들을 받아보고 있는 북한주민들 사이에 ‘재스민의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6일 국회 국방위 송영선 의원(미래희망연대)이 국회에서 언급한 바에 의하면 1980년대 이후 북한으로 날려 보낸 대북살포전단지는 무려 19억1800만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초부터 고무풍선을 통해 휴전선 근처에서 북쪽으로 날려 보낸 전단지 살포운동은 김대중-노태우정권기간에는 ‘햇볕정책’으로 위축됐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운동은 탈북자 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2월 16일 김정일의 70세 생일을 맞이해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20여개의 탈북자단체들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대적인 전단살포행사를 가졌다. 대형풍선 10개를 통해 전단지 20만장, 김정일의 비행을 담은 DVD 1000개,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담은 USB 200개, 미화 1달러짜리 1000장을 보낸 것이다. 이 풍선들이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위한 GPS장치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지난 5일 중부전선에서도 전단살포행사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집트의 시민혁명을 담은 영상과 전단지 20만장을 북으로 보냈다. 지난 달 27일 남북정상급회담에서 북측단장은 통지문을 통해 “심리전 행위가 계속되면 자위권 수호를 위해 임진각 등 심리전 발원지에 조준격파사격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탈북자단체들은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3월 25일(한국시간) 백령도에서 대북전단살포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임진각에서의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북측은 백령도를 조준격파 사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에 찾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반응을 보였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주 “최근 남조선 군부 호전광의 반공화국 심리전 책동이 주도에 이르러…반공화국 삐라 수십만 장과 불순한 동영상 자료를 수록한 USB, 너절한 1달러 지폐 등을 넣은 기구를 우리 측 지역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라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북한 당국은 대북전단 살포사실이 주민들 사이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왔던 태도를 바꾸어 내놓고 주민들 사이에 경각심을 불어넣자는 속셈인 것 같다.

이제 대북전단 살포사실을 북한당국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마당에 아무리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취한 조치라 할지라도 소문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이 전단들이 ‘재스민의 효과’를 발휘하여 북한에서도 시민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김정일은 서방연합군이 리비아를 공격하리라고 상상도 못했으리라. ‘자국민보호책임’을 망각한 김정일은 리비아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Johnhugh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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