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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난 순간 모두가 옆 사람 먼저…" 뉴햄프셔 전복 관광버스 탑승객들 증언

침착한 대응으로 참사 막아
'통역' 맡은 조기유학생 화제

“머리에 피가 나고 뼈에 금이 간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먼저 도와달라고 한 사람 없이 옆 사람부터 먼저 챙겼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7시께 뉴햄프셔에서 푸른여행사 소속 관광버스가 전복된 뒤, 탑승객들은 침착하게 주변 사람들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정도가 경미해 22일 뉴저지로 먼저 이동한 승객 17명은 이구동성으로 “모두가 서로를 살폈다”고 옆 사람을 추켜세웠다.

특히 탑승객 23명 가운데 가장 어렸던 이태희(11)·준희(8)군의 활약상에 탑승객들은 “표창장이라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탑승객들에 따르면 버스가 전복된 뒤 10여 분 뒤 20~30대가 넘는 경찰차와 소방차가 대거 출동해 구조를 시작했다. 하지만 승객들 대부분이 중년을 넘긴 한국인들이었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 캐나다 밴쿠버에서 조기유학 중인 이군 형제는 아버지 이영철(39)·어머니 원지영(39)씨와 함께 구조대와 의사소통은 물론 병원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의료진들을 상대로 한 통역까지 도맡아 했다.

태희군은 “사고로 너무 놀랐고 무서웠지만 많이 다치신 분들도 많고 뭔가 도와야 할 것 같아 속으로 ‘침착하자’고 생각했다”고 대견스럽게 말했다. 준희군은 “병원에서 통역하면서 ‘Digestion’ 등 병원 영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게 힘들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기러기 가족으로 아버지 이씨가 두 아들과 부인을 만나러 밴쿠버에 온 참에 뉴욕 관광을 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관광단에 합류했다. 특히 이씨는 지난 11일 밴쿠버로 가기 전 일본 나리타공항을 경유하면서 3·11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이씨는 “예전에 5년 가량 일본에서 살았는데 유리창이 다 깨지고 페인트 가루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등 이런 강진은 처음이었다”면서 “공항 밖에서 보니 건물이 요동치는 게 보였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대지진 당시에는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던 그는 이번 버스 사고에서 옆에 있던 부인 원씨를 보호하려다가 손이 버스와 바닥 사이에 끼고 말았다. 이씨는 “내 손이 차와 땅바닥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 않자 구조대가 오기 전부터 가이드와 옆에 계신 분들이 맨손으로 주변 땅을 파줬다”면서 “그 가운데는 심지어 나중에 손을 여러 바늘 꿰맨 분과 쇄골에 금이 간 어르신도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이번 사고 버스 탑승객들은 서울과 부산·경기 부천·경북 포항·전북 익산 등 여러 지역에서 롯데관광·하나투어 등 한국여행사를 통해 개별적으로 미국에 온 관광객들로 밝혀졌다. 남편의 칠순 기념 여행이나 은퇴 기념 여행 등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특히 처음으로 함께 해외여행을 왔다는 도선주(68)·원주(63)·영주(40) 세 자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18일 밤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해 나이애가라 폭포 근처에서 관광단과 만나 함께 관광을 한 지 하루 만에 사고를 당했다”는 선주씨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행이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히 세 자매 가운데 원주씨의 팔에 금이 갔을 뿐 큰 부상은 없었던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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