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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강변에 앉아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강변에 앉아

-조창환

이파리 같은 바람이 강물에 풀어진다
연둣빛 물기를 머금은
햇빛도 그대 눈 속에 잠겨 있다
백지 같은 사랑의 언저리


눈물이 조금 말라 있는 시간
큰 강물이 서쪽으로 기우는 것을 본다
보면서, 그대 깊은 눈 속의 거울에
세상의 초록이 부드럽게 몸 푸는
소리를 듣는다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 혹은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의
느리고 길고 낮고 둥근 울림들이
녹색 바람에 섞여 강물에 녹아 있는
오월 어느 날 저문 강가에 앉아
자유롭구나, 아름답구나
마주보는 그대 눈 속의 호수에
풀어진 악기처럼 가라앉고 싶구나

세상 아름다운 것들을 어찌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만 표현할 수 있으랴. 좋은 시를 음악으로 재생하는 일은, 음악으로 좋은 시를 쓰는 일보다 훨씬 어려울 것 같다. 다시 읽어봐도 고요한 아름다움 밀려오는 이 시심 어찌 이대로 작곡할 수 있으랴. 역설적으로 말해 위대한 음악이란 침묵이다. 선택된 독자만이 그 침묵의 세계를 엿들을 수 있으리라. 시와 음악은 삶의 진실에 미묘하게 물결치며 밀려오는 것이다. 그 환희 다만 침묵으로 공명한다. 선택된 자만이 그 침묵의 세계를 엿듣는다. 시와 음악은 삶의 진실에 서로 공명하는 것, 내면의 귀에 물결치며 밀려오는 것이리라. 물너울처럼. 바람소리처럼. 음악 같은 사람과 누가 친구하고 싶지 않으랴. 음악 같은 사람과 누가 같이 살고 싶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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