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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이룬다" 종이학 접으며 일본 돕는 고사리손

23일 오후 패서디나 챈들러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종이학을 접고 있었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집중한다. 한 마리 접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분. 서툴러서 어디가 머리인지 모르는 학을 아직 800마리나 더 접어야 한다.

"1000마리의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대요." 테일러 본(10)양은 더욱 속도를 높인다. "일본에 지진이 나서 집 없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뉴스를 봤어요. 쓰나미가 학교도 덮쳤어요. 나는 이렇게 친구들이랑 매일 놀 수 있는데… 너무 안됐어요."

본양은 얼굴도 모르는 일본 친구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쿠키도 구워 팔고 친한 친구들과 종이학을 접었다. 또 1주일 전에는 홈페이지(www.projecthope.org)를 개설했다. 벌써 성금이 1000달러 이상 모였다. 작은 기적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 학을 접어본다는 크리스틴 쿠와다(10)양은 아버지가 일본계 3세다. 일본어는 못하지만 아빠의 고향에서 터진 재앙에 마음이 아프단다. 쿠와다양은 수업시간에 지진 이야기를 듣고 학 접기에 동참했다며 "예쁘게 접으면 소원이 더 빨리 이뤄지나요?"라고 묻는다.

종이학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엄지손가락만한 새끼 학부터 손바닥만한 엄마 학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꼬리가 두개인 학도 있다. 그래도 8명의 소녀들은 야무지지 못한 손가락으로 종이를 꾹꾹 누른다. 가장 좋아하는 색종이도 아낌없이 쓴다.

"(일본 친구들이) 혼자가 아닌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라며 개비 리코(10)양이 어른스러운 말을 한다. 1분전에는 어렵다며 신경질도 냈지만 작업을 멈추진 않는다. 자신이 멈추면 소원이 이뤄지지 않을까봐 두려워서다.

종이학의 뜻말은 희망과 평화 우정이다. 아이들은 제 손으로 그 뜻을 지키고 있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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