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잡지계 주름잡던 기자에서 방송계 '마이다스의 손' 으로…미드 화제작 '니키타' 작가·제작자 앨버트 김

알버트 김(45·한국명 우건). 그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방송작가 중 한 명이다. 케이블 드라마 ‘더트’(Dirt)와 ‘레버리지’(leverage)로 연타석 홈런을 친데 이어 아시아계 여배우 매기 큐 주연의 섹시한 액션 스릴러 ‘니키타’(Nikita)의 첫 시즌도 이제 막 마무리 지었다. ‘니키타’부터는 작가 뿐 아니라 제작자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이 역시 시작과 동시에 화제를 불러 모으며 대박을 쳤다.

하지만 6년여 전까지만 해도 방송작가가 될 그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는 잘 나가는 기자였다. 15년간 미국의 유명 잡지들을 거쳤다.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드’ 최초의 아시안 기자였고,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창립 멤버였으며, 그 유명한 ‘피플’지의 부국장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마흔을 목전에 둔 나이에 용감히 할리우드에 뛰어들어 기자에서 방송작가로, 다시 제작자로까지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 속엔, 불운도, 행운도 있었다. 버뱅크에 위치한 ‘니키타’ 작업실에서 알버트 김을 만나 언론계를 주름잡던 기자에서 방송계 마이다스의 손으로 변신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글=이경민 기자, 사진=신현식 기자

15년간 유명 잡지사들 거치며
피플지 부국장으로 활약하다가
불운·행운 잇따르며 작가 변신


- 기자로서의 커리어가 화려했습니다.

“뉴욕에서 나고 자라 프린스턴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할 때까지만 해도 졸업 후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될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1년쯤 휴식 기간을 갖는 동안 학보에서 일할 때 절 눈여겨 보셨던 교수님의 소개로 덜컥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입사하게 됐죠. 워낙 스포츠 보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7년간 정말 즐겁게 일했습니다. 올림픽, 월드시리즈 취재는 물론 스포츠계의 스테로이드 파문, 도박 문제, 마약 사건 등도 심도 깊게 다뤘었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출장이 너무 많은 스포츠 기자 대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막 창간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로 옮겨 잡지가 자리잡기까지 6년여를 일했죠. 돌아보면 그때 처음 할리우드 돌아가는 것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이후 ‘디테일’이란 잡지를 거쳐 다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일하다 ‘피플’지 부국장으로 옮겨 3년을 더 일했습니다.”

- 방송작가로의 전업은 어떻게 이루어졌습니까.

“2005년 스포츠 채널 ESPN 에서 ‘ESPN 할리우드’라는 데일리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며 총책임을 맡아 달라고 제안해왔습니다. 아주 좋은 조건, 높은 위치에서 TV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데다 제 경력과도 잘 맞는 프로그램이란 생각에 LA로 이주해 프로그램을 맡아보기로 결정했죠.

그런데 제가 이사오던 바로 그 주에 ESPN이 대대적 인사를 단행하며 경영진이 교체됐고,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도 3달만에 폐지가 돼 버렸습니다. 2년이란 계약 기간이 있긴 했지만 아무 할 일 없이 낯선 곳에 남겨진 느낌이었죠. 마침 그 때 커트니 콕스 주연의 ‘더트’라는 드라마에서 자문 역할을 맡게 됐어요. 잡지사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라 제가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그러다 아예 대본을 쓰는 일에 같이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게 되고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는데, 마침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었던 작가들의 파업이 시작됐습니다. 모든 드라마가 올스톱되면서 또 일을 잃게 됐죠. 다행히 파업이 마무리가 되면서 ‘레버리지’에 참여하게 됐고 3시즌을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작년 5월부터는 ‘니키타’ 작업을 시작해 이제 시즌 1의 22개 에피소드를 마무리 지었죠. 한국에서도 ‘니키타’ 방송이 시작돼 반응이 좋다고 들었는데 아주 뿌듯합니다.”

-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요.

“할리우드가 은근히 나이에 민감한 곳이라 늦은 나이에 작가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었죠. 여러 드라마의 DVD와 대본을 쌓아 놓고 무작정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노트를 펴놓고 각 장면이 몇 분씩 이어지는지, 몇 명의 등장인물이 있는지, 배경은 어디인지 등을 꼼꼼히 기록하며 공부했죠. 기자로서의 경험이나 지식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눈에 띄는 기사 첫머리를 써 왔던 느낌으로 매 에피소드의 오프닝을 썼고, 사람들에게서 재미난 요소들을 찾아내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던 인터뷰 경험을 살려 드라마 캐릭터를 만들어냈죠. 주의깊게 듣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자연스러운 대화나 용어를 잡아내 대본에 활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 새로운 일에 만족하십니까.

“기자일도 보람되고 즐거웠지만, 드라마를 쓸 때 느끼게 되는 기쁨은 정말 큽니다. 상상만으로 써 내려간 대본이 며칠 뒤 현실로 일어나 영상으로 완성된 것을 보면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회가 거듭되면서 캐릭터를 진화시키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죠. 기자로 일할 때도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긴 했지만, 드라마 작가는 수많은 열혈 팬들을 거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신이 납니다. 피드백도 정말 빠르죠. 이젠 제작자로서 캐스팅이나 연출, 편집이나 음악까지 관여할 수 있다보니 더 재미있습니다.”

- 미국 드라마를 집필하는 과정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는 공동 집필 방식입니다. ‘니키타’도 현재 8명이 함께 작업을 하죠. 작가실에 함께 모여서 플롯을 구성한 다음 각자 흩어져 대본을 집필하는 식입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작품을 촬영 중인 토론토 현장에 가 상황을 체크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고치기도 합니다.

한국 드라마처럼 명확한 엔딩이 정해져있는 구조라면 1~2명의 작가가 작품 전체를 집필하는게 효과적일 수 있지만, 미국처럼 시즌이 거듭되는 시스템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불어넣고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공동 집필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한국 드라마는 무엇보다 감정 표현에 탁월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만 잘 다듬으면 미국에서 리메이크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에게 유명 한국 드라마 몇 편을 가져와 리메이크 가능성을 타진한 프로듀서도 있었습니다.”

대본, 영상화되는 과정 '짜릿'
한국 드라마 감정표현 탁월해
한인배우·제작자 진출 돕고파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미국 TV 드라마에 보다 많은 다양성을 부여하고 싶습니다. ‘니키타’에도 아시아계 매키 큐를 캐스팅한 것 처럼 보다 많은 아시아계 배우, 한인 배우들에게 기회를 줄 계획입니다. 배우 뿐 아니라 카메라 밖 제작 분야로도 많은 한인들이 진출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후진들을 위한 교육에도 앞장서고 싶습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