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일 핑계로 밤 10시 만나자 수차례 전화"
신정아씨 자전 에세이 '4001' 기자간담회 파문
서울대 총장 시절에 만나 "친구로 연인으로 아빠로…
"교수직 제의, 내가 거절" 사건뒤 많은 일에 실망
2007년 소위 '신정아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39)씨가 22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전 에세이 '4001'을 내며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사건 직후부터 최근까지 약 4년간 쓴 일기를 편집해 펴냈다.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의 전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과 정치권 배후설 그리고 일부 인사에 대한 서운한 감정 등을 언급했다.
이날 신씨는 "이번 기회에 모든 사실을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일부 용서를 구하고 해명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책에서 저명 인사의 실명을 거론해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정운찬 전 총리가 도마에 올랐다. 신씨는 2005년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정 전 총리를 만났다고 했다. 서울대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는 책에서 "당시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내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2007년 사건 직후 신씨에게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 제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신씨는 또 정 전 총리가 밤 10시에 호텔 바에서 만나자고 전화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했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 (…)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100~101쪽)는 표현까지 썼다. 이날 변호사를 대동한 신씨는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최소한의 이야기만 담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2007년 사건 당시 나돌던 배후설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외할머니 소개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외할머니와 노 전 대통령의 관계는 밝히지 않아 또 다른 의문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배후설이 너무 많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며 "노 대통령이 이모저모로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책 제목 '4001'은 신씨가 영등포 구치소에 1년6개월간 수감되었던 시절의 수인번호다. 학력 위조와 관련 신씨는 "도움을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직접) 위조를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을 그는 '똥아저씨'라고 표기하며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변양균이라는 남자'라는 제목의 항목에서 신씨는 "똥아저씨는 오랜 시간을 친구로 연인으로 선배로 아빠로 있어 주었다. 내 사건이 터지고 우리 관계가 만천하에 폭로된 후 나는 똥아저씨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실망도 컸지만 그간 나를 아껴주고 돌봐준 것에 대해서 만큼은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똥아저씨가 내내 행복하기를 바란다"(144쪽)고 썼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