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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이집트·리비아 사태 아는가? "피곤합니다. 선생도 어서 가서 쉬라우"

북한 경제대표단 미국 방문 첫날
호텔 경비원들 본지 취재 막아

북한 경제대표단은 22일 호텔 도착 후 간단한 미팅을 가진 다음 초청자인 수잔 셔크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 소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은 오후 6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와인도 서너병을 비웠다. 만찬장 역시 기자에게 '북한 경제대표단에 말을 걸면 호텔에서 내보내겠다'는 경고와 함께 접근이 제한됐다.

12명의 북한 대표단 중 지도급으로 보이는 4명이 수잔 셔크 소장과 함께 앉았고 나머지 8명은 IGCC관계자와 함께 식사를 했다. 만찬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비원의 안내를 받은 대표단은 뒷문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이날 저녁 식사 후 담배를 피기 위해 발코니로 나온 북한 대표단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행운이었다.

2층의 몇 명과 얘기를 나눈 다음 다른 방 발코니에서 의자에 편히 앉아 긴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한 명에게 말을 걸었지만 눈은 감은 채 "쉬는데…프라이버시"라는 짧은 답만 나왔다. 북한 주민들도 이집트 리비아 사태를 알고 있느냔 질문엔 "피곤합니다. 선생도 어서 가서 쉬라우"란 말로 더 이상의 말을 막았다.



다음날. 북한 대표단의 아침은 오전 6시30분쯤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 시간 뒤 일행 중 5명이 먼저 식사를 위해 호텔 내 식당을 찾았다. 3명은 편안한 와이셔츠 차림이지만 2명은 김일성 배지가 달린 정장차림에 올백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화없이 묵묵히 아침 뷔페음식을 먹었다. 일부는 양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음식을 남겼다.

옆 테이블에 앉은 기자가 "잘 주무셨느냐"고 묻자 대표단 중 선임인 듯한 사람이 "식사 중입니다"라고 말을 끊었다. 어제 저녁의 발코니 인터뷰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호텔 로비에 모여있는 북한 대표단에게 기자가 다가가자 대표단 일행 중 한 명이 "나가라우"라고 소리를 쳤다.

결국 호텔 경비원으로부터 "3분 내에 짐을 싸서 호텔을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 경비원은 "이 시간 이후로는 대표단이 나갈 때까지 호텔 투숙을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 대표단은 호텔에서 10분 정도를 걸어서 UC샌디에이고의 IGCC건물까지 이동했다.

이들은 이번 주말까지 이 건물 강의실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소비자 행동 등에 대한 수업을 듣는다. 강의실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는 밀실 구조다.

이들의 '자본주의 학습'이 김정은 후계 체제와 맞물려 북한이 시장경제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수순인지 관심이 쏠린다.

1주일 뒤 이들 대표단이 강의실 문을 열고 나올 때쯤이면 그들의 손엔 '북한 시장 경제' 파종을 위한 작은 씨앗이 담기지 않을까 자못 궁금하다.

김기정 기자 샌디에이고=주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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