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 승객들 곳곳서 비명…"지옥과 천당 오갔다", 뉴저지 귀환 탑승자들이 전한 버스 전복 순간
국경 검문서 관광객 1명 입국 불허
4시간 지체…예정 없던 야간운행 '불씨'
“쇄골에 금이 갔지만 3~4일 뒤면 자연적으로 낫는다고 해서 다행이긴 한데 숨을 쉬기가 힘들어요. 더 이상 얘기하기 조차 힘듭니다.”
부천에서 남편 한형채(60)씨와 함께 여행을 왔다는 한 채인숙(59)씨는 절룩거리며 객실으로 향했다. 한씨는 “(아내가) 병원에서 괜찮다고 해 퇴원했는데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면서 “내일 병원에 가서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고 걱정했다.
푸른여행사 측이 준비한 진통제와 패치(일명 파스) 등을 받아 호텔 로비에 앉은 한 승객은 “처음엔 괜찮았는데 온몸이 쑤신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부상자들은 전날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특히 손등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지만 경미한 부상자들을 인솔하고 호텔에 도착한 가이드 정유진씨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고 말했다.
“오후 4시쯤부터 내리던 폭설이 사고 직전부터는 진눈깨비로 바뀌면서 도로에 살얼음이 생겼어요. 시속 30마일 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버스가 ‘지그재그’로 몇 번 미끄러지더니 한쪽으로 쭉 미끄러지는 거예요. 그러더니 1초 못 미치는 시간을 멈췄어요. 곧바로 버스가 한쪽으로 넘어져 순간 반사적으로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잠시 숨을 가다듬은 그는 “너무나 어두운 상황에서 정신이 없었지만 ‘괜찮으세요’라며 승객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성 탑승객들은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곧 여기 저기 신음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희미한 불빛으로 한쪽으로 포개져 있는 탑승객들이 보였고 머리와 손 등에 피가 흐르는 탑승객들을 보며 “이제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정씨. 사고 10여분 뒤 “경찰과 소방차 30여 대는 족히 왔을 것”이라며 구조 순간을 설명했다. 그는 “서행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탑승객 중 몇 사람은 아마 큰 일을 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았다는 한 중년 남성은 허리가 아프다며 의자에 앉아 본지 기자들을 맞이했다. 그는 “잠을 자고 있다가 깨어보니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탑승객들은 대부분 “운전사와 가이드가 침착하게 도와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사고는 악천후와 함께 국경 통과 과정에서 평소보다 시간을 지체한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총영사관 이철희 민원담당 영사는 "사고 당일(21일) 캐나다 몬트리올을 출발, 미국에 입국할 당시 버몬트 주 국경 검문 과정에서 관람객 가운데 1명의 신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4시간 가량 통과가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문제의 관광객은 결국 국경을 통과 하는데 실패했다.
이와 관련, 푸른여행사 데이빗 강 상무는 "해당 승객의 미국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이민국 검사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고 결국 낮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고 설명했다.
강이종행·정승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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