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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같은 제사장] 대재앙 앞에서

이유정 목사/한빛지구촌교회 예배디렉터

지구가 미쳤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도네시아, 중국, 아이티, 파키스탄 등 환태평양 지진대 인근 나라들에서 지진, 쓰나미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 재앙이 이어지고 있다. 발생하는 사이클도 점차 빈번해진다.

지난 11일 일본 동부는 강도 9.0의 대지진이 일어난 지 불과 몇 분에서 수십 분 만에 들이닥친 수십미터 높이의 쓰나미로 동네가 떠내려가고, 땅이 갈라지고, 숲이 사라지고, 물이 솟구치고, 육지가 바다로 뒤바뀌는 등 전후 최악의 자연재앙을 만났다.
 
이번 일본 대지진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TV 뉴스를 통해 웬만한 영화 CG보다 더 실감나는 참사 현장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시청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참혹한 장면을 접할 때마다 ‘설마, 이것이 실제 상황일까?’ 두 눈이 의심스러웠다.
 
시간이 없다. 죽어가는 생명 앞에 각 나라에서 원조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라와 종교, 정치와 이념을 초월해서 비난의 화살을 멈추고 상생의 손을 잡아야한다. 정치, 종교 지도자들은 최대한 말을 아껴야한다. 지금은 말보다 한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행동할 때이다.
 


환경생물학의 대가이자 자신의 책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최근작 ‘문명의 붕괴’에서 인류 문명의 공통분모를 환경파괴라고 경고했다. 과학의 발달과 전쟁 등을 통한 각종 첨단 무기들로 인해 자연계가 파괴되어 갈수록 문명은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쓰나미, 태풍,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들을 통해 우리는 지구문명의 한계를 어렴풋이 보고 있다. 최첨단, 초고속으로 자신만만하던 인간의 대단한 성과들이 외소하게만 보인다. 대자연의 심술 앞에 가난한 저개발국가나 초강대국 할 것 없이 무력하게 무릎 꿇고 만다.
 
이번 재난이 인공구조물들의 엄청난 압력에 짓눌려 있는 지구의 지지력을 혹사하고 대자연의 인내심을 뒤흔들어 화를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상의 종말을 예시하는 전조라는 극단론도 등장한다. 인간 문명 전체의 한계와 그 임계점을 드러낸 것으로 본 이어령의 언급은 우리 시대를 향한 묵시록처럼 들린다. 대지진이 일어난 날,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지원 의사를 적극 표명하면서 가슴에 남는 말을 했다.

"오늘 사건은 우리네 인생의 토대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대재앙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이 참으로 초라하다. 이런 때일수록 최첨단 문명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던 삶을 잠시 뒤로하고 겸허하게 인생의 궁극과 목적을 상고할 기회이다.
 
지난 월요일 아침, 한 교우의 부친이 소천해서 하관예배에 참석했다. 사랑하는 이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슬픔이 가득해야 할 장례예식 내내 위로, 소망, 부활, 생명이라는 단어가 끊이질 않았다. 예수 믿고 돌아가신 고인의 주검 앞에 유가족은 물론 조문객들도 뼈에 사무친 사별의 통곡 대신 영원한 하늘나라에 가신 고인의 삶을 기리는 차분함과 자제된 슬픔, 그리고 천국 소망으로 가슴이 채워졌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의 가장 위대한 힘이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이다. 그래서 성도에게 죽음은 슬픔이 아니라 영생이 시작되는 관문이다. 천재지변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의 시민정신도 훌륭하지만, 그 땅에 부활의 믿음으로 죽음을 극복하는 세기적 부흥이 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이메일: unplug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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