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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거울] 내가 만난 어느 무명 선교사

이성자 목사/인터내셔널 갈보리교회 담임

 최근 우리 교회 성도님의 부모님이 방문하셨는데, 그 분들은 필리핀에서 20년이 넘게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부부였습니다. 한 국가를 20년 이상 섬기시며 훌륭하게 자녀들을 키우신 범상치 않은 선교사님인 것 같아, 그 다음 날 자리를 마련하여 그간의 필리핀 선교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화를 진행하다보니, 과연 범상치 않은 분들이셨습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진솔한 말씀들이 풍상의 세월들을 여유롭게 통과한 듯 보이는 달인에 가까운 표정가운데 흘러나왔습니다. 그 중, 자신의 인생과 사역을 완전히 바꾸게 한 어느 날 하나님과의 만남을 나누셨는데, 계속해서 그 대화가 제 마음에 떠올려졌습니다.
 
이 분은 본래 필리핀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을 훈련하고 학교까지 세우는 등 역동적이고 성공적인 선교 사역을 감당하셨습니다. 많지 않은 사례비를 쪼개어 한칸 한칸 마련한 교실들이 어엿한 학교 건물이 되었을 때 선교사로서 뿌듯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나이 65세 때, 깊은 기도 가운데 주님을 대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가 그토록 최선을 다했던 그간의 사역들에 대하여 한 마디도 말씀하지 않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마디쯤은 칭찬을 기대했던 그 선교사님은 은근히 서운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 마음을 아시고 주님은 한 마디 던지셨습니다. “그 사역들이 진정 나를 위한 사역이었느냐?” 나는 그 사역을 모른다는 듯한 주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선교사님은 너무 놀라 좀 불만스런 음성으로 항변하였습니다.

“그럼, 그 모든 시간과 정성과 물질을 쏟아부은 그 사역들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역이었습니까? 제 자신을 위한 사역이 아니었음을 주님이 아시지 않습니까?” 주님의 사역이 아니라는 주님의 지적은 다름이 아니라 주님과의 긴밀한 교제 없이 사역들이 이루어졌다는 데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분은 너무 사역 자체에 몰두했던 나머지, 주님과의 충분한 교제를 갖지 못하였는가 봅니다.

 주님을 위하여 헌신하는 선교사에게, 그의 사역을 주께서 모르신다하면 이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있겠습니까? 충격에 빠진 그 선교사님은 그 후 약 3개월을 매일 회개 기도만 하며 보냈다고 합니다. 주님을 앞세우며, 주님의 이름으로 일하는 선교사이지만, 실제적으로 주님께 마음을 온전히 드리지 못했던 불충을 깊이 회개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차원으로 그의 사역을 인도해주셨습니다. 바로 무엇을 하던지 전심으로 주님의 얼굴을 구하는 삶이었지요.
 
그 분은 대하 7장14절이 성경의 요절이라 생각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 계속하여 주의 얼굴을 구할 때, 주님은 당신이 원하시는 바를 말씀하셨고, 그 선교사님은 주님의 지시를 따라 순종하는 가운데 현재 기도원 사역과 원주민 교회들에게 천국복음을 증거하시는 사역을 감당하시는데, 이전과 다른 열매와 변화가 원주민들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감사해하십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지 않으면서 사역을 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하나님을 위한 사역처럼 보여도 주님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과 긴밀히 교제를 하면서 사업을 하면 개인을 위한 사업처럼 보여도 주님을 위한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목회자 컨퍼런스에서는 많은 목사님들이 기도응답을 체험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는데 이는 목회자들이 목회에 제일 중요한 기도를 잊어가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라고 퓨리턴 신학대학원 조엘 총장은 지적합니다. 2009년 런던 타임즈 조사에 의하면 영국 목사님들의 평균 기도시간은 3분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열심히 사역을 하고 있는데, 과연 주님께서 ’당신을 위한 사역’으로 인정해주실 지 두렵고 떨리는 마음뿐입니다. 무엇을 하던지 범사에 주님의 얼굴을 구하며, 그 무명의 필리핀 선교사님이 주신 귀한 교훈을 두고 두고 기억하고자 합니다.
 
▷이메일: sjc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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