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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충만한 신체는 돼지로 인해 존재한다"…도시의 폐허를 떠나 동물농장으로 간 사진작가 김미루씨

24일~4월23일 첼시 두산갤러리서 개인전
"나도 그들처럼 벌거벗었고, 나약한 존재"

폐허가 된 공장, 선박장, 버려진 정신병동, 발전소, 파리의 지하묘지 등에서 자신의 누드가 담긴 사진으로 주목을 끈 뉴욕의 사진작가 김미루(30·사진)씨가 나침반을 돌렸다. 최근 그가 찾은 곳은 동북부, 아이오와, 미조리주의 기업형 양돈장이다. 김씨는 녹슨 쇳덩어리와 오물이 널린 도시의 폐허를 뒤로 하고, 배설물이 흥건한 농장의 돼지우리에서 카메라를 세우고, 다시 옷을 벗었다.

김씨가 철학자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 반격을 가하는 ‘돼지, 고로 나는 존재한다(The Pig That Therefore I Am)’를 타이틀로 24일부터 4월 23일까지 첼시의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회엔 인간의 먹이로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 사이에 있는 김씨의 모습이 롱 숏과 클로즈업으로 소개된다. 31일 오후 6시엔 갤러리 토크를 연다.

매사추세츠주 스톤햄에서 태어난 김씨는 앤도버의 필립스아카데미를 거쳐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브루클린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도시의 폐허를 배경으로 한 누드사진 작업 ‘벌거벗은 도시, 비장(Naked City Spleen)’ 시리즈는 2007년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됐으며, 같은 해 미 잡지 에스콰이어에 의해 ‘2007년 훌륭하고 명석한 인물 36인’에 선정됐다. 김씨의 부친은 도올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다.

-왜 돼지 우리로 갔나.

“프리메드 다닐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인체를 연구하기 위해 돼지 태아를 해부해야 했다. 그러면서 돼지들이 우리와 신체적으로 무척 닮았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의대 대신 미대에 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기업형 양돈장 사진을 찾아냈다. 그 전까지는 돼지고기가 어디서 오는 지 몰랐다.

사람들이 매일 동물식품을 소화시키면서 그토록 큰 기업형 양돈장이 숨어있고, 잊혀졌다는 것이 상당한 쇼크였다. 대학원에서 디지털사진 코스에서 포토숍 몽타쥬 숙제가 있어서 양돈장의 돼지들을 잘라난 이미지를 지하철 터널 등 도시를 배경으로 붙여보았다. 그리곤 허구의 이미지 대신 실물을 쓰는 것이 어떤가 하고 생각했다.

그 후로 터널이나 버려진 공장 등을 배경으로 나 자신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벌거벗은 도시, 비장’ 시리즈가 됐다. 이 시리즈가 어느 정도 된 후 돼지로 돌아갔다. 나는 본래 돼지의 이미지를 대역한 셈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나와 돼지를 찍기로 한 것이다.”

-‘벌거벗은 도시, 비장’과의 차이점은.

“이번 프로젝트는 더 몸에 관한 것이며, ‘동물과 관련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생각에 관한 것이다. 이 전 시리즈에선 인체가 시적인 내러티브 선상에서 허구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인물이 더 선명하고 두드러진다.

돼지 시리즈에서 사람의 모습은 타자 속에 흡수되며, 행위 측면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 타이틀 ‘돼지,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I’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인류의 철학적인 사고를 상징한다. 내겐 데카르트의 악명높은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오는 이중적인 사고에 의문을 제시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난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 사고와 추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내 몸은 충만한 생명력 혹은 기(氣)를 갖고 있으며, 내가 돼지들 옆에 누워서 내 피부로 그들과 섞여있을 때야 비로소 그 어느 때보다 더 나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보다도 돼지 농장의 허가를 받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진정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세상에 안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 생물학적 안전 문제와 동물보호주의자들을 경계하는 농부들로 인해 편지 보내고, 전화하고, E메일하며 촬영 계약하는데만 2개월 이상이 걸렸다. 일단 돼지 우리에 들어간 후 촬영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움직이는 물체를 찍는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돼지들의 반응은.

“돼지들이 성이 나서 나를 이리저리 공격하기도 했다. 우리에서 뛰어나오기도 했고, 울타리를 뛰어 넘으면서 찰과상을 입었으며,. 때론 돼지들이 날 심하게 물기도 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돼지들이 정말 공격적이 되어 실제로 나를 해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이었다.

돼지들은 그들이 원하면 날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놀랍게도 돼지들은 무척 부드러웠고, 내가 자기네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벌거벗었으며, 연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우리 안에서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에 대해 무척 소심해있었다. 얼마 후 난 성난 돼지, 느긋한 돼지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곤 그들과 인터액팅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난 그들이 감정을 다르게 표현하는 다른 꿀꿀 소리까지 이해하게 됐다. ”

-돼지 냄새는.

“오물은 무척 농축된 상태로 자연 상태와 무척 달라 참기 정말 힘들었다. 촬영 후엔 온 몸에 화이트 식초를 발랐고, 발엔 과산화수소수와 치약까지 발랐다. 냄새는 외양간 안에 있던 모든 것에 달라붙었다. 평균 도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경험이었다. 가장 긴 촬영은 6시간 지속됐는데, 다음 날 난 외양간 안의 배설물 먼지로 인해 기침도 했다.”

-촬영할 때 누가 있었나.

“카메라와 운전을 도와준 한 사람뿐이었다.”

-촬영 과정은.

“카메라를 삼각대 위에 설치한 후 난 돼지우리로 들어가 움직여보고 포즈를 취했다. 때로는 돼지들이 내 옆으로 올 때까지, 혹은 그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비디오로도 찍었나.

“찍었다. 비디오는 장차 설치작업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www.mirukim.com.

▶전시일정: 3월 24일∼4월 23일 ^두산갤러리 뉴욕: 533 West 25th St. 212-242-6343.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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