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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는 '사막의 라이언' 무크타르 숭배자(리비아 독립운동가·1862~1931)…끝까지 갈 것

이탈리아 침략에 맞서 독립운동
무크타르, 1931년 체포돼 교수형
카다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
'사막의 라이언' 영화 제작 지원도

“카다피는 갈 곳이 없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같이 물러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20세기 초 침략자 이탈리아에 맞서 20년간 게릴라 저항운동을 벌였던 ‘사막의 라이언’ 오마르 무크타르(1862~1931)처럼 끝까지 자존심을 지킬 것이다.

무크타르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처럼 나중에 체포돼 처형당하더라도 맞서 싸울 것이다.” 카이로 아메리칸대학 정치학과 왈리드 카지하 교수는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다피가 서방의 공격에 항복하기보다는 끝까지 버틸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크타르는 1931년 이탈리아군에 잡혀 교수형을 당할 때 “나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승리 아니면 죽음이다. 투쟁은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는 19일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에 대해 “식민지 침탈 공격이자 야만적이고 부당한 침략행위”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사태 초반인 지난달 21일에도 그는 시위사태가 외세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피 한 방울 남을 때까지 싸우다 숨지는 순교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처럼 도망가는 지도자가 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카지하 교수는 “카다피는 무크타르처럼 영웅이 되어 사라져가기를 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카다피는 무크타르를 가장 존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의 10디나르 지폐에는 무크타르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무크타르를 다룬 1981년 영화 ‘사막의 라이언’의 제작비도 카다피가 지원했다. 무크타르 역은 앤서니 퀸이 연기했다. 2009년 이탈리아를 방문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카다피는 무크타르의 사진이 가슴에 새겨진 제복을 입고 나타났다.

카다피가 끝까지 항전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만들어 놓은 ‘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서방은 물론 아랍권에서도 그의 언행은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켰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 3월 이집트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 자리다. 카다피는 이라크 전쟁에 앞서 자국에 미군 배치를 허용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왕세제(현 국왕)에게 ‘개’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모욕을 주었다. 자신이 학살한 국내 부족민은 물론 자신이 모욕해온 주변 아랍국가 지도자들이 자신을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임을 그도 잘 알고 있다.

현재 서방의 개입이 단순히 벵가지 진격을 막는 데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저황경질유를 수입해야 하는 유럽으로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정제시설이 거의 모두 경질유에 맞춰져 있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반군 대표기관인 ‘국가위원회’를 승인한 프랑스 정부를 포함한 유럽국가가 카다피 정권을 그대로 둘 경우 석유 금수 등 경제적 보복을 피할 수 없다. 리비아에 친서방 정부를 세우고 주변의 프랑스어권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안정도 꾀해야 한다. 휴전이나 정전은 이제 더 이상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서방도, 카다피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오마르 무크타르=이탈리아에 맞서 저항운동을 이끈 리비아의 지도자. 1912년부터 20년간 민족 해방운동을 이끌었다. 31년 이탈리아군에 붙잡혀 추종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수형을 당했다.

서정민 교수 기고 amirseo@hufs.ac.kr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과·전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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