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Cinema Review - 평양성] 웅장한 사극 줄거리에 인간미 넘치는 '서사시'

이준익 감독은 사극에 능하다. '왕의 남자'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등의 전작에서 그는 감각적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뽐낸 바 있다. 그의 영화엔 따스한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감독: 이준익
출연: 이문식, 정진영, 류승룡, 이광수 등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없음 (한국은 12세 이상 관람가)


'라디오 스타'도 그랬고 '즐거운 인생'도 그랬다. 이준익 감독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포근하다. 어리숙하지만 사연이 있고 때문에 코믹한 동시에 애잔한 것이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다.

신라 김유신과 백제 계백장군의 전투를 코믹한 사투리로 풀어냈던 그의 초기작 '황산벌'에서도 그랬다. 굵직한 역사 속 사건을 다루고 있는 사극이었고 심지어 전쟁 영화였지만 '황산벌'이 진정 훌륭했던 것은 전쟁 따위 아무 상관없이 어서 빨리 집에 돌아가 홀어머니 모시고 추수나 하며 사는게 소원인 '하찮은' 주인공 거시기의 이야기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황산벌'의 속편 격으로 만들어진 '평양성'은 거기서 한발짝 더 나갔다. 훌륭하고도 스케일 큰 전쟁 사극이자 사람 냄새 진하게 풍기는 그래서 코믹하면서도 애잔한 아름다움을 지닌 드라마 거기에 명배우들의 열연까지 하나로 합쳐지며 시너지를 냈다.

'평양성'은 이미 백제를 항복시킨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고구려 평양성을 함락시키고자 총공세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투 장면들은 장대하면서도 치열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경상도 전라도에 이어 북한 사투리까지 뒤섞여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쫄깃하고 걸쭉한 대사들도 일품이다.

하지만 '평양성'은 볼거리와 말장난으로만 승부를 걸지 않는다. 거기엔 '전쟁이고 뭐고' 어떻게든 이 한 목숨 챙겨 살아 돌아가려는 민초들이 살아 숨쉰다. 전편에 이어 등장한 거시기를 비롯 그럴듯한 이름조차 없는 수많은 병사들이 '나서면 죽는다'고 몸을 사리는 모습은 우습지만 슬프고도 현실적이다. 어떻게든 공을 세워 줄줄이 딸린 식솔을 먹여 살리겠다는 문디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전쟁 영화지만 영웅은 없다. 신라 대장군 김유신은 당나라와의 기싸움에 지지 않으려 쉴새없이 잔머리를 굴리고 끝까지 고구려를 지키려던 남건 장군은 형제간의 배신과 갈등으로 어이없이 쓰러진다. '평양성' 속 전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영화 속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사연들을 하나 하나 또렷이 드러내고자 끌어 온 배경 역할을 충실히 할 뿐이다. 큰 것을 그리는 동시에 작고 평범한 이야기들을 끌어 안은 것이야말로 '평양성'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문식 정진영 류승룡 황정민 이광수 등 최고의 배우진은 시종 액션 드라마 코미디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명연을 선보인다. 이준익 감독이 작정하고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는 상업 영화가 나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