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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없는 예술은 생존불가, 희망없는 메시지는 공염불"

뉴욕에서 시베리아까지 캔버스 심고 있는 사진작가 김아타씨
24일 맨해튼 루빈뮤지엄에 얼음불상 설치

“뉴욕만큼 다이내믹한 도시는 없다. 대단한 정체를 가진 아름다운 도시다. 문화와 예술이 만개한 20세기 인간이 만든 걸작이다.”

2006년 맨해튼의 국제사진센터(ICP)에서 아시아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던 김아타(55·사진)씨가 ‘걸작 도시’ 뉴욕에 다시 온다. 김씨는 오는 25일 오후 5시 루빈뮤지엄(150 West 17th St.)에 석굴암의 불상을 본 ‘아이스 부다’를 설치하고 관람객들과 일체무상의 섭리를 지켜볼 예정이다.

불교철학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해오면서, 예술간 경계를 해체해온 김씨의 최근 행보가 주목할만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카메라 대신 대형(180x140cm) 캔버스를 들었다.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중국 허난성, 인도의 갠지스강, 시베리아, 그리고 뉴욕과 산타페 등 세계 곳곳에 캔버스를 설치하는 프로젝트 ‘드로잉 오브 네이처(Drawing of Nature)’를 진행 중이다. 이제 그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아티스트다.

-얼음 불상 설치작업의 의도는.

“이번 작업의 컨셉은 ‘물, 부다의 옷을 빌려 입고 봄 나들이 하다’이다. 아시아현대미술주간(ACAW, 3월 21-31일) 행사의 하나로 루빈뮤지엄 로비에 설치하는 ‘아이스 부다’는 2005년에 이미 했던 작업이지만, 이번에는 185cm 크기의 얼음으로 만든 부다를 로비에 설치하여 녹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얼음 부다를 만질 수 있고 녹은 물을 작은 앰플(*유리제 소형 용기)에 담아서 관람객들이 가져가서 화초에 물을 주거나 정원에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사이클이다.”

-최근엔 카메라 대신 캔버스를 들고 세계 곳곳에 대형 캔버스를 설치하고 있다. ‘자연이 스스로 그리는 그림’인 이 프로젝트는 유튜브 참조(http://www.youtube.com/watch?v=WmdCXSP_qV4). 이 프로젝트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지난 2009년 시작된 프로젝트는 현재 30개 공간에 설치했고, 앞으로 약 30곳에 더 설치할 예정이다. 미국에는 지난해 루빈뮤지엄 옥상과 맨해튼을 배경으로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의 한 건물 옥상, 조지아 오키프의 영혼이 베어있는 산타페와 뉴멕시코의 인디언보호구역 등 4곳에 캔버스를 설치했다. 오키프의 영혼과 인디언들의 자유혼이 캔버스에 스며들고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어려운 점은.

“캔버스를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라마다 문화와 법이 있기 때문에 허가를 받는 과정이 어렵다. 어차피 작업은 이런 것이다. 나는 작업을 순례라 생각하고 사과나무를 심듯이 오늘 하나의 캔버스를 세우는데 나의 모든 것이 가있다. 모든 과정이 작업이다. 허가를 받고 캔버스를 설치한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 최소한 2년 동안 캔버스가 살아 남아야 한다. 혹시라도

캔버스가 훼손이 되어 손 바닥만한 흔적이라도 남으면 그것도 자연으로 수용할 것이다. 모든 캔버스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쓰고 있다. 감동적이다.”

-아우슈비츠도 계획 중이라는데.

“전 세계 어떤 공간도 소중한 역사성과 정체성이 있지만, 아우츠비츠와 히로시마는 인류사에 외면할 수 없는 트라우마이고 카르마이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의 은유적인 힘으로 인류의 상처를 치유하고 반성하는 프로젝트이다. 히로시마는 히로시마 시청과 히로시마 신문사의 적극적인 협조로 지난해 설치했고, 아우츠비츠 수용소는 2년째 협상 중인데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세울 것이다. 나는 “예술이 인류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루빈 뮤지엄 옥상 캔버스가 담은 이미지는.

“도시에 설치 하는 캔버스들은 그 도시의 오염 정도를 자연스럽게 채집하게 된다. 물론 오염도를 채집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지만, 이것도 그 도시의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마다 캔버스가 변한 콘트라스트는 다르다. 뉴욕은 드라마틱한 도시지만, 청정한 도시라 큰 변화는 없지만, 캔버스는 더하고 빼지도 않고 그것만큼 뉴욕의 자연을 필터링한다. 히로시마에 설치 한 캔버스에는 마치 눈물을 흘린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히로시마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최근 일본의 재난을 보며 예술가로서 어떤 생각을 하나.

“무력감을 느낀다. 며칠 동안 일본이라는 나라와 환경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아직 결론을 얻은 것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다. 이것은 일본의 현상이자 나와 지구인들의 현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극단의 혼란은 분명 새로운 질서를 생산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외적인 자연 상황이거나 인간의 내적 에너지의 활동이거나 분명 그렇다. “큰 상처가 큰 지혜를 낳는다.” 예술은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이다.

-센다이에도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계획인가.

“하얀 캔버스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에 대한 항복이며 상처를 치료하는 붕대와 같은 의미도 가지고 있다. 과거는 죽은 역사가 아니다. 죽은 역사란 없다. 히로시마가 설명한다. 방사능은 반감되어 사라졌지만, 방사능이란 관념은 살아 허물어지고 있다. 이 시간 일본의 원전 현상이 처절하게 말한다. 자연의 대 재앙의 순간에 ‘드로잉 오브 네이처’를 생각할 때 초라하고 슬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초라함이 이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다. ‘드로잉 오브 네이처’를 디스플레이할 때 히로시마에 섰던 캔버스 옆에 한국의 야생화 밭에 섰던 캔버스를 세울 생각을 했었다. 야생화 향기로 관념에 남아있는 방사능의 역사를 치유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관념이 사라졌다. 이미 나의 관념 속에 있던 인간들의 역사가 치유가 되었다. 이해하겠는가? 캔버스는 이미 그곳에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사진에서 설치, 퍼포먼스로 진화하고 있다. 카메라를 버렸나.

“사진은 버린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이 가진 자양분이 중요하지 머그잔에 마시거나 유리잔에 마시거나 잔이 중요하지는 않듯이 매체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나의 철학을 수용하는 어떤 매체도 사용한다. 사진이나 회화, 영화와 음악과 문학 등 모든 예술은 세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드로잉 오브 네이처’의 캔버스도 세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과 회화와 다르지 않다.”

-디지털 시대에 사진예술이 여전히 설 자리가 있나.

“디지털의 진화는 오히려 사진의 한계를 더 확장시켰다. 사진의 한계가 아니라 필름이라는 물질이 진화의 속성에 의하여 죽었고, 그 자리를 디지털이 대신했다. 디지털의 진화만큼 사진의 표현의 한계를 혁명적으로 확장시켰다. 예를 들어 나의 ‘온 에어(ON-AIR) 프로젝트’의 “인달라 시리즈”중 도시 인달라는 한 도시를 만 컷을 촬영하여 슈프림포지션하여 최종 하나로 만드는 작업인데

이미 1998년에 개념을 정리하였지만, 아날로그 프로세스로인 필름으로는 불가능하다가 디지털프로세스의 진화로 가능했다. 사진의 역할 즉, 파워는 현재까지 진화된 기술만큼 드러나 있으며 표현의 확장은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지의 저장을 물질인 필름에서 픽셀인 디지털로 바뀐 것뿐이다.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이미지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선 앤디 워홀의 장편 영화가 상영 중이다. 자는 모습을 담은 'Sleep'이나 키스 장면을 담은 'Kiss'에 대한 의견은.

“워홀의 'Sleep”은 현대미술사에서 재미있는 보기이다. 워홀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는 페이소스를 가지고 있다. 어찌 한 인간의 일생을 가볍다고 하겠는가? 나는 그의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들을 좋아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작업은 연관성이 있다. 나는 모든 역사는 서로 관계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안다. 이것은 역사뿐만이 아니라 세상이치가 그렇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철학과 사상은 다르다. 그 다름이 인간과 예술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미지가, 미술이 종교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영향이 없는 예술이 살아 남았겠나? 중요한 것은 아이덴티티와 이데올로기의 차이이다. 이데올로기의 완성은 집단성이며, 아이덴티티는 철저히 개인적이다. 물론 집단의 아이덴티티도 존재하겠지만, 아이덴티티가 집단성를 갖게 될 때 이데올로기가 된다. 그래서 예술은 아이덴티티의 영역에 가까우며 종교는 당연히 이데올로기를 갖게 된다. 그리고 예술은 세상과

은유적으로 관계하며 종교는 직접적으로 관계한다. 그러나 위치하는 공간이 다를 뿐, 인간에 주는 영향은 다르지 않다. 그것이 예술과 종교의 존재의 이유이다. 나는 나의 작업이 인간을 사유하게 하고, 명징하게 하며 지혜롭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욕망은 스스로 출구를 찾듯이 희망 없는 메시지는 공염불과 같다.”

-뉴욕과 인도, 베를린, 서울...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로 2020년, 2030년 자신의 모습은.

“내일 무슨 일이 이어날지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이 10년 후를 어떻게 알겠나? 그냥 오늘을 살듯이 자연으로 편안하게 살고 있으면 더 할 것이 없을 것이다. 바람이 세게 불면 높이 날 것이고, 바람이 잦으면 조용히 날고 있을 것이다. 바람 부는 대로 갈 것이다.”

-불교신자인가. 이미지로 종교/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작업도 했나.

“나는 부디스트가 아니다. 욕심이 많아서 모든 종교가 가진 이즘을 다 가지고 싶었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존중한다. 분명 그렇다. 그리고 모든 사물이 경이며 바이블이라 생각한다.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작업은 20년 전 ‘뮤지엄 프로젝트’에서 만났다. 그때 이미 큰 몸살을 앓았다. 그것은 종교를 해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나의 관념의 성을 해체하고, 모든 에너지를 자유롭게 받아 들이기 위한 수행의 과정이었다. 작업은 끝없이 자신의 관념의 세계를 해체하게 한다. 뮤지엄프로젝트가 해체의 해체이며 ‘ON-AIR’는 뮤지엄 프로젝트의 해체이며 ‘드로잉 오브 네이처’는 ‘온 에어(ON-AIR)’가 데려다 놓았다.”

-이제까지 생애에서 잊혀지지 않는 이미지, 예술작품이 있나.

“일거에 세상을 바꿀 작품이나 정치나 종교는 없다. 그것은 하나이며, 시작이며, 오늘이며, 간단한 것들이라 믿는다. 오늘은 어제에 없었고, 내일은 오늘 모른다. 작업은 레고블록을 쌓는 것과 같아서 어느 하나도 들어 낼 수가 없다. 하나를 들어내면 블록은 무너진다.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이며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언제나 인간은 새로움을 추구하며 새로움이 가장 위대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 새로움도 내일이면 내가 버려야 할 관념이 된다. ‘뮤지엄 프로젝트’를 하면서 “오늘 죽어도 좋다.” 고 했던 때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흘러간 물이다. 그런 인간이 인류 역사를 생산해 가는 것이라 믿는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후회하고, 진화하고, 반성하고, 회개하며 말이다.”

-뉴욕은 어떤 곳인가.

“20년 전, 잭 앤더슨이 쓴 칼럼에서 “뉴욕에는 20만명의 아티스트가 살며 그 중에서 2만명이 밥을 먹고, 나머지는 처절하게 살지만 예술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영감이 세상을 먹여 살린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어깨를 스치는 사람 반은 아티스트라 할 정도로 뉴욕은 아티스트에게 유토피아이자 UFC(종합격투기대회)의 철망으로 된 링과 같은 곳이다. 그래도 프로페셔널을 가릴 줄 아는 심판들이 있다. 나에게 뉴욕은 피해갈 수 없는 길이었다. 그것이 용광로 같이 나를 끊임없이 작동하게 하고, 비등하게 했다. 아이러니하게 나의 법을 찾도록 해준 것은 뉴욕이다. 오늘날 모든 도시가 나름의 정체를 가지고 있지만, 뉴욕만큼 다이내믹한 도시는 없다. 대단한 정체를 가진 아름다운 도시다.

문화와 예술이 만개한 20세기 인간이 만든 걸작이다. ‘도시 인달라’ 작업을 진행하면서 워싱턴과 뉴욕, 모스크바, 도쿄, 프라하, 베를린, 파리, 런던, 로마, 델리, 아테네, 베니스, 서울 등의 도시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도시작업을 하면서 인간에 대한 많은 공부를 했다. 나는 21세기 도시는 자연이 진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스로 변화한 것이 자연이듯이 도시는 인간이 편리하기 위하여 스스로 진화한 것의 표본이다. 예를 들어 산에는 다람쥐와 새들이 교미를 하고 DNA를 생산 할 때 인간도 같은 필드에서 움막에서 출발했지만 편리하기 위하여 베드를 만들었고 진화를 거듭했다. 비로소 20세기의 도시가 만들어 졌다. 오늘날 도시를 제외하고는 인간성을 논할 수 없다.”

-인도는 어떤 곳인가.

“아직도 모른다”, “알 수 없다”. “안다고 하지 마라”, 라는 답을 인도에서 보았다. 인도는 인간을 지루하게 숙성시키는 깊고 깊은 우물과 같다. 할말이 많지만, 말할 수 없는 나라이다.

-서울은 어떤 곳인가.

“평생을 살아도 어머니의 손맛을 잊을 수가 없듯이 서울은 그런 곳이다. 한과 아쉬움이 남아 있는 어머니의 삶이듯이 서울은 또 그런 도시이다. 그러나 어머니만 그리워하고 세상을 살수 없듯이 서울만 생각하고, 한국만 생각했으면 한 걸음도 나갈 수가 없음을 깨닫게 했던 곳도 서울이고 한국이다. 그래도 내가 한국에서 동양에서 태어난 것은 축복이다. 동양이라는 환경이 나를 만들었다.”

☜김아타씨는

본명 김석중.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나 창원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필름 한 컷에 8시간 이상의 노출로 움직이는 대상을 사라지게 하는 ‘온 에어(On Air) 프로젝트’를 비롯, 수천 장 사람 얼굴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든 ‘자화상’ 시리즈, 얼음 조각의 용해 과정을 담은 ‘얼음의 독백’, 피카소·고흐·폴락 등 화가들 작품을 하나의 필름에 담은 ‘아티스트 인달라’를 발표해왔다. 2002년 상파울루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초청. 맨해튼 루빈뮤지엄의 ‘공허의 티끌(Grain of Emptiness)’전에 불교에서 영감을 받은 대형 사진 작품 8점을 4월 11일까지 전시한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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