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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규독자 구독료 일부 기부 운동] 어떤 단체 지원하나 (3)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

"울지마 톤즈"…불모지 남수단에 생명을 불어 넣다

고 이태석 신부, 현지에 병원 설립 첫발
지금은 교육 온힘…1600명 학교로 성장
교회·불교 신자 등 각계서 도움 줄이어


시작은 2008년 한 강연이었다. 이태석 신부는 형인 이태영 신부의 초청으로 남가주에 와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당시 이태석 신부는 한인 언론에 노출이 별로 없어 남가주 한인들은 이 신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던 상태였다. 강연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기대감으로 술렁이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태석 신부가 차분히 풀어놓는 아프리카 삶의 이야기는 청중들의 가슴을 때렸다. 2000여명이 모여든 강연장은 이태석 신부가 전해주는 절절한 사연에 울음바다가 되었고 많은 신도들이 감동했다. 이태석 신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120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모임은 이제 1600여명 까지 늘어났다.

이태석 신부가 가기 전엔 남수단의 톤즈는 조금 과장해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전기는 물론 병원이나 학교도 없었다. 이 신부의 남수단 사랑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한 구수회 KBS PD는 당시의 톤즈의 생활상을 "구석기시대의 원시생활"이라고 표현했다. 남수단의 다른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선교사들도 톤즈란 이름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이 신부가 이런 오지 중의 오지로 간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보기에 톤즈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 신부의 활동은 톤즈를 바꾸어 나갔다. 무당 같은 미신에만 의지하여 치료 아닌 치료를 했던 톤즈의 사람들은 이 신부가 운영하는 자그마한 병원이 문을 열면서 현대의학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톤즈에 유일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 병원이다. 백신을 보관할 작은 냉장고를 태양열로 가동 시키고 있다.

현재는 이 신부의 선종으로 의료봉사의 길이 막혀 교육봉사에 힘을 쏟고 있다. 처음에는 전기가 없어 달빛에 공부하던 아이들을 위해 유일하게 전깃불이 들어오는 성당을 개방하는 정도였다. 그것이 발전해 초등학생 200명을 가르치게 되었고 현재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1600여명이 다니는 큰 학교로 성장했다.

정규교육 외에도 이 신부가 중점을 둔 것은 음악교육. 이 신부의 지도 아래 조직된 브라스 밴드는 이제 남수단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로 성장했다. 이런 음악교육에 감명받은 아이는 "전쟁에 쓰는 총을 녹여서 악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 신부의 활동은 톤즈의 희망이 되었다. 이런 희망을 후원하는 단체가 바로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다.

미주 아프리카 후원회는 아직은 짧은 역사를 가진 작은 단체지만 그 뜨거움은 결코 작지 않다. 이 신부의 활동과 안타까운 선종이 언론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에도 후원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하와이를 비롯한 미주 전역은 물론 캐나다 같은 먼 곳에서도 후원이 날아든다. 이 신부의 삶에 감명을 받은 한 60대 주부는 10만 달러짜리 생명보험을 들어서 수령자를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로 해놓았다고 한다. 이 보험증서를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에 전달하며 꼭 이 신부의 유지를 이어달라고 부탁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의 특징은 집중력에 있다. 남수단의 톤즈만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성과가 눈에 보인다. 이런 점이 후원자들에게는 큰 기쁨으로 다가오곤 한다. 실제로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그렇게 소망했던 학교 건설도 이미 완료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었던 톤즈에 최신식 시설을 갖춘 톤즈 고등학교가 생긴 것이다. 이에 남수단 지원을 맡고 있는 살레시오회 수도원은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와 손을 잡고 남수단 전체로 지원 범위를 넓혀가는 계획을 세웠다. 남수단 전체에 초등학교 100개를 지어 교육의 불모지였던 남수단을 바꾸겠다는 포부다. 앞으로는 후원자와 남수단 학생을 1:1로 연결해 장학금을 후원하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신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은 지금 남수단 지원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열풍은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났다. 지난 달 남수단에는 의류 등의 생활 필수품과 교육 기자재 등을 실은 컨테이너 3개가 들어갔다. 오지인 남수단에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 같은 물품들이었다.

이런 열풍은 남가주에서도 뜨겁다. 이 신부의 감동적인 이야기의 힘은 종교의 벽도 뛰어 넘었다. 남수단 봉사활동 지원에는 천주교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종교의 신자들도 후원에 동참하고 있고 참여 열기도 뜨겁다. 남가주 사랑의 교회를 비롯한 대형 교회들에서 이 신부의 헌신적 사랑을 다룬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 상영회를 개최하는 등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얼마 전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밝힌 독지가가 2만달러를 선뜻 기부해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익명으로 1만달러를 기부한 독지가도 개신교 신자라고 알려졌다.

현재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효근 신부는 "이 신부의 삶은 우리들에게 삶의 방향에 대해 크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한다. 이 신부의 삶은 절대 신비롭지 않다.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나 하는 삶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르쳐주는 삶이다."라고 밝혔다.

김 신부는 "인간이 사는 목적은 사랑이다. 사랑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작은 도움의 손길도 그 사랑의 방법이다. 많은 도움을 달라"며 독자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조원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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