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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도 줄서는 당신들…그 사랑과 배려가 일본을 다시 세울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이 일본인에게 부치는 편지

일본이여 울지 마소서

일본이여 일어나소서

지진으로 무너진 땅에도 꽃은 피고

쓰나미로 쓰러진 해안에도

갈매기는 납니다

2011년 3월 11일 센다이 동쪽 바다

그 거대한 지진의 파도

무서운 속도로 해안을 삼키고

마을을 삼키고

자동차와 기차를 장난감처럼

삼키고 원전을 폭발시킨

내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운 벗들과 형제들

그 수만 명의 거룩한 목숨마저

순식간에 삼켜버린

대지진의 파도 앞에

벚꽃 피는 일본의 봄은

갑자기 사라졌지만

오 그 검은 해일 속으로 소리 없이

도쿄의 봄은 사라졌지만

일본이여 당신은 울지 마소서

일본이여 당신은 일어나소서

지금 세계가

당신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지금 인류가

당신의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재난이 아니라

지구의 재난

이것은 일본의 불행이 아니라

세계의 불행

지금이야말로 잃은 것보다

남은 것을 생각할 때입니다

국가의 걸림돌을

국민의 디딤돌로 삼아

진정 일본의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므로

두려워하지 마소서

불행하다고도 생각하지 마소서

운명을 사랑할 때

이미 불행은 사라지므로

지금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세요

우주 속에 지구는

그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요

신은 인간에게 가끔

빵 대신 돌멩이를 던지지만

신도 어떤 이의 불행 앞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때가 있으므로

신은 다른 한쪽 문을 열어놓지 않고는

문을 닫지 않으므로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일본은 외롭지 않습니다

일본의 인내심이 인류의 인내심입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위대합니다

내려앉은 도로에서도 신호등을 따라

길을 건너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한 개의 생수를 얻기 위해

수백미터 줄을 서는 당신도 위대합니다

당신들의 침착과 질서

당신들의 그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분명 다시 일본을 일으켜 세울 것이므로

빌딩 위에 얹힌 여객선이

다시 푸른 바다로 떠나고

폭발된 원전이

다시 안전하게 전기를 공급하고

당신은 지하철을 타고 다시 일상을

즐기며 출근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일본 열도여 울지 마소서

일본 열도여 희망의 힘으로 일어나

다시 국민의 마음과 마음을 잇고 이어

평화의 신칸센을 달리게 하소서

☞◆정호승=1950년 대구 출생. 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아픔이 기쁨에게' '밥값'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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