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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네피림, 인간 역사의 호전적 난봉꾼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신화와 소설과 영화 속 단골 소재 가운데 하나가 기골 장대한 거인들의 이야기이다. 소설 지면과 영화 화면이 꽉 찰 정도로 골격이 우람하고 장대한 그들의 등장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기를 질리게 한다.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대인국의 거인들은 보통 사람 걸리버를 장난감 다루듯 하는데 그들의 키는 걸리버보다 자그마치 12배나 더 큰 것으로 묘사된다. 대략 18~20미터에 이르는 신장이다.

메소포타미아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인 길가메시는 약 5미터의 거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무수한 신들과 거인족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대지의 신 가이아(Gaea)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Ouranos)가 결혼하여 12명의 아들을 낳는데 이들이 타이탄(Titan)이다. 이 단어는 '거인'을 뜻하는 대명사로 사용되었고 '타이태닉(Titanic)'이라는 단어도 여기서 파생되었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거인으로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Cyclops)와 가이아의 자식들을 뜻하는 기간테스(Gigantes)가 있다.

이러한 소설과 영화 속 거인들의 이야기는 가십거리로 사라지지 않은 채 현실세계에서도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거인 화석들과 유골들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거인족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구약성서 또한 이러한 거인족들의 자취를 소개하고 있다. 노아 홍수 이전 거인들인 네피림(Nephilim)과 노아 홍수 이후의 거인들인 아나킴(Anakim)과 블레셋 가드의 거인족들이 그들이다.

홍수 이후의 거인족에 속하는 최후의 르바임 족속인 바산 왕 옥(Og)은 거대한 신장의 소유자였는데 약 5미터에 이르렀다 전한다.

이들 르바임 족속을 암몬 족속은 '삼숨밈'('악한 계획을 꾸미는 자')으로 모압 족속은 '에밈'('공포를 유발케 하는 자')으로 불렀다 한다. 아마도 그들을 본 자들은 그들의 장대함이 주는 공포심 때문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으리라.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의 정복을 앞두고 그 땅을 탐지하기 위하여 보낸 정탐꾼들의 단편적 보고를 기록해 놓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그곳에 거주하고 있던 기골이 장대한 아낙 자손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거기서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이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 다윗이 던진 물맷돌에 맞고 쓰러진 블레셋 가드 출신 골리앗도 아낙 자손들에 비해 다소 왜소하지만 신장이 약 2.9미터였던 거인이었다.

성서는 네피림을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 또는 거인족이라 하였다. "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 창세기는 이들을 소개한 후 곧 세상에 만연한 사람들의 죄악으로 인하여 홍수로 지면을 쓸어버리시겠다는 하나님의 의중을 전하고 있다.

'네피림'은 어원적으로 '타락한 자들' '폭군' '장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신체가 큰 호전적인 난봉꾼으로서 다른 연약한 사람들을 괴롭혔던 망나니와 같은 이들을 일컫는 말이겠다.

그들의 존재와 행태는 당시의 무분별한 성적 결합과 심각한 타락상의 한 단면을 제시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단절될 때마다 네피림과 같은 괴물은 여러 모양과 방식으로 역사에 등장할 수 있다. 그 결과는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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