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참사] 경악·비통한 리틀 도쿄…숨 멎은듯 적막감만
식당 긴줄 사라지고 관광객도 썰렁
스마트폰 매달려 피해상황 초긴장
길거리 공연도 길게 늘어선 식당 대기줄도 없었다. 관광객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여느 금요일 점심시간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지진 소식에 숨이 멎은 듯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지진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5일 전 오사카에서 왔다는 요시오카 유리아(22)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번 지진은 그가 6살 때 겪었던 한신 대지진(규모 7.2)보다 더 심각하다. "(지진은) 한 순간에 '아 죽겠구나'하는 느낌이에요. 95년도 오사카에 지진났을 땐 아빠가 제 위로 떨어지는 옷장을 몸으로 막아주셔서 다치지 않았죠. 단 몇 초만에 유리창이 깨지고 온 집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했어요.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요."
요시오카씨는 그때의 패닉상태를 떠올리며 전율했다. 히라야마 사야카(22)씨는 지진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극도의 공포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온 다른 세명은 "오늘 밤 비행긴데… 집에 못 가는 것 아니야?"하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 안부 걱정도 컸다. 15년 전 미국에 이민 온 나카야마 마유미(53)씨는 도쿄에 있는 여동생에게 수 백통의 전화를 걸어 5시간만에 안부를 확인했다. 전화선은 폭주했고 인터넷 메일은 '송신불가능'이란 말만 되풀이했단다.
살아만 있어달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여보세요'라는 말에 울었어요." 나카야마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지금은 인근 중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 있대요. 사람이 많이 몰릴텐데… 괜찮을까요?"하고 오히려 물었다.
리틀도쿄 인근 골목을 누비며 만난 사람들은 '(지진이) 차라리 영화였음 좋겠다'는 말을 했다. 뉴스를 보고서도 정말이냐고 여러번 되물었다. LA 일본총영사관은 쏟아지는 전화세례에 "아직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전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카타타니 유키(56)씨는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일본을 구해달라"며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전세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카타타니씨가 머리를 다듬는 동안 가만히 앉아있던 80대 할머니는 물에 잠긴 센다이 공항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 후에 입을 뗀 할머니는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읽었을까. 한일협회(회장 김홍선)는 14일 리틀도쿄에서 '일본 지진 돕기' 성금 모금을 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사람 살리는 일에 한국 일본이 어딨어요?"라고 했다. 막막하고 암울한 그림자가 우리의 이웃동네 재팬타운을 어둡게 감싸고 있었다.
구혜영 기자 hyku@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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