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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예술] 사랑 놀음

박봉구/VP Stage NY 대표·국악인

노는 게 직업인 천하 한량 말뚝이란 놈이 황해도 땅 어느 주막에서 하룻밤을 거하던 어느 날이었던 게다. 어스름 달빛 아래 호롱불은 가물가물 문고리는 달랑달랑 하니, 술을 내오는 '쭉쟁이 할마시' 주모가 양귀비로 보이는 그런 밤이었던 게다.

말뚝이란 놈이 취흥에 춘정이 동했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쭉쟁이 할마시가 진짜 양귀비로 둔갑을 했던지, 주모 손을 덥석 잡았던 게 아니었던가. 그러자 잠시 미동도 않던 주모 입에서 흘러나온 나직한 소리 한 대목, 바로 그 동리에 전해 지던 '배꽃타령'이란 것이었다.

‘요 내 손은 문고린지/ 이 사람도 잡아 보고/ 저 사람도 잡아보고’. 배꽃 같았을 자신의 청춘을 생각하며 숱한 한량들의 수작들을 뒤로 해온 자신의 젊은 시절이 생각 났던지, 그렇게 늙은 주모가 소리를 시작 했던 게다.

'둥기당기 당기당기 당다라야 꿍이야'. 슬픈 듯하면 이내 기쁘고 기쁜 듯하면 이내 슬퍼지는 비음을 섞어, 그녀가 넘어 왔을 인생의 고갯길 마냥 구비구비 목을 꺾어 내는 그 소리에, 천하 한량 말뚝이란 놈도 기분이 숙연해졌던 가 보다.

늙은 주모는 젊은 시절의 공력을 그렇게 곰삭혀 현상계에선 감히 들을 수 없는 그런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게다. 말뚝이란 놈 춘정은 달아난지 오래고, 그저 그 소리에 취해 술잔만 내리 비우던 그런 밤이 있었던 게다.

말뚝이란 놈 자고 일어나니 뒷골이 뻐근한 건 간밤의 숙취 때문만은 아니렸다. 놈 귓가에 세상사 음탕한 소리가 다시 들려 왔던 게다. 세상이 온통 방앗간으로 변했는지 여기저기서 '떨구덩 떨구덩' 방아확이 되고 방아공이가 된 소리가 들렸던 게다. 천하 한량 말뚝이란 놈도 사실은 오입쟁이라 짐짓 모른 체 넘어가려 했건만, 이번엔 그 농이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는 게다.

성접대로 인한 억울함에 자살한 한 연예인의 편지가 폭풍을 다시 몰고 온 게다. 그저 손목 한 번 잡혀서 억울한 푸념이 아니라, 배꽃 같던 큰 애기가 탐욕한 세상의 벽에 둘러 쌓여 몸부림 치다, 저주와 증오심만 쌓아둔 채 절벽으로 밀려 떨어진 게다.

어디 이뿐이랴, 대한민국의 녹을 먹는 벼슬아치가 중국에서 방사를 저질렀다는 게다. 그것도 아주 호방하게 대륙적 기질로 말이다. 이몽룡이 홀랑 깨를 벗듯 알몸으로 국가 기밀을 중국 여인에게 다 내주었다는 게다.

국가 기밀을 팔아 먹은 벼슬아치나, 가녀린 여자 연예인을 벼랑에서 밀어뜨린 사람들의 수작을 볼라치면 춘향가 한 대목 보다 더 노골적으로 놀았음이 분명하다.

‘용궁 속의 수정궁/ 월궁 속의 광한궁/ 너와 나와 합궁하니/ 한평생 무궁이라'‘이궁 저궁 다 버리고/ 네 양 다리 사이 수륭궁에/ 나의 심줄 방망이로/ 떨구덩 길을 내자꾸나’.

“옛기! 이 천하 호랑말코 만도 못한 시러베 잡놈들아!” 말뚝이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던 게다. 길을 내긴 무슨 장밋빛 탄탄대로를 놓았다고 이몽령의 방사를 예서 들먹거린단 말인가! 똑같은 방아 놀음이라도 혈기 왕성한 이몽령의 사랑 놀음과 거래를 조건으로 하는 잡놈들의 방사가 어찌 같을 수 있냐는 말인 게다.

씩씩거리던 말뚝이란 놈 이번엔 목청 다듬고 소리 한 자락을 하는 게다. 진정한 한량은 결코 거래와 조건을 전제로 여인네를 품지 않는다고 힘찬 우조 성음으로 이렇게 소리를 뽑는 게다.

“남자들이여 거시기를 잘 간수 할 지며, 여자들도 머시기를 이용해 출세할 생각을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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