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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의 즐거운 책읽기] 살인 저지를 주인공 심리에 공감…인생 돌아보게 돼

이민 1세대들은 대부분 한국 소설을 무조건 선호한다. 무엇보다도 정서적 공감의 측면에서 보통 미국 소설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박완서 최인호 황석영 공지영등의 한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책이 나오면 무조건 몇 십권 씩 주문을 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품절이 되질 않는다. 반면 번역 소설은 기껏 다빈치 코드 정도가 히트작일뿐 이렇다 할 인기를 끄는 작품을 만나기란 참 어렵다. 그런데 더글러스 케네디의 이 소설 〈빅 픽쳐>는 좀 다른 것 같다. 1세가 읽든 1.5세가 읽든 아니면 2세가 영어로 읽든지 조금씩 공감하는 측면이 달라서 그렇지 큰 무리 없이 공감을 형성할 것만 같다. 그만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보편의 자화상을 정확하게 그려냈다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 벤 브래드포드는 앞날이 탄탄하게 보장된 뉴욕 월가의 변호사다. 안정된 수입 중상류층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교외 고급 주택 거주 미모의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을 둔 가장…. 겉모습만 보자면 모두들 부러워 할 대상이지만 벤 자신은 조금도 즐겁지 않다. 벤의 오랜 소망은 사진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꿈은 호사스런 취미로 남았을 뿐이다.

벤의 자괴감은 아내 베스와의 결혼생활이 삐거덕거리는 상황과 맞물려 점점 더 위기상황을 향해 치닫는다. 벤과 갈수록 사이가 멀어지던 베스는 이웃집에 사는 사진가 게리와 혼외정사에 탐닉한다. 벤은 우연히 베스가 이웃집 남자 게리의 집에서 불륜행각을 벌이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날 밤 게리의 집을 찾아간 벤은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한다. 요트사고를 위장해 게리의 시신을 소각하고 사건을 은폐한 벤은 남은 생애를 게리의 신분으로 살아가기로 작정하고 도주의 길에 올라 몬태나 주 마운틴폴스에 정착한다. 심심풀이로 마운틴폴스의 토착인물들을 사진에 담았던 벤 우연히 그 사진이 지역 신문에 게재되면서 일약 유명 사진가가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소설은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를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동일하게 몰아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더 이상의 얘기는 스포일러가 될 뿐이므로 여기서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읽고 나면 내가 살고 있는 인생에 대해서 한번 쯤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이게 바로 이 책의 미덕이다.



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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