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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202] 짐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이 수 익


좀 떨어져서
지낼 필요가 있다
약간 떨어진 것에서
바라보는, 숨 막히는 진실이 필요하다
내 입술과 그대 입술이 맞닿은
순간의
마비되는 설렘을 어쩌지 못하면서도
끝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그 사이,

사이에 우리가 놓여 있다
뜨거운 목마름으로 굶주린듯 달려드는
비겁한, 야성적 본능만으로도 안 되는 비밀의
그 무엇이
있기에, 점차 우리 멀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객관적 내가 너를
돌아다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서
그대를 멀리 서서
끝없이
바라다보아야만 하는가
힘찬 동작 하나 재빨리 나를 스쳐 지나간다
머무를 수 없는 그대, 너무나도 큰 짐이다

다정多情한 것은 짐이던가. 몸이 끼었던 곳 짐이 생긴다. 마음 타래처럼 얽힌 뒤 그것을 푸는 일은 짐이다. 짐은 주고 나서도 무게 되어 누르고 올 때 있다. 그때의 짐은 무거운 것이 아닌 아픔이다. 트라우마다. 사이, 그래서 우리에겐 사이란 거리가 있다. 필요하다. 무거우면 그 짐으로 하여 끝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그 사이. 사이는 짐과 운행의 관계를 풀어주는 방정식이다. 사랑도 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다. 사람들 그래 다정도 병이라 이르는가보다.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 실은 상식인데도 슬픈 말이다.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하시니, 인간은 하나님의 영원한 짐인가? ‘이 웬수야!’ 이르는 어머니에게서의 자식들처럼. 나에게서는 시가 영원한 믿음이요 짐이다. 무거워도 버릴 수 없어, 차마 즐겁게 지고 가는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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