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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책 '성경'…'가라사대'와 '이르시되' 사이서 고심 중인 한인교계

한글 완역성경 탄생 100주년
1998년에 개정판 발간
새성경 도입 교회 늘어

1600여년간 기록되어온 그 약속의 책이 100년전 한국에서 완역됐다. 1911년 3월 발간된 ‘셩경젼셔’다. 신구약 66권을 하나로 묶은 최초의 순수 우리말 성경이다. 10년만에 번역을 마친 제임스 스카스 게일 선교사는 “파나마 운하를 파는 것과 같았다”고 한글성경의 지난했던 탄생 과정을 설명했다.

기독교와 한글의 역사적 만남이 가져온 파급효과는 종교에 국한되지 않았다. 한글의 발전과 보급, 문맹퇴치, 여성지위 향상 등 사회와 문화 다방면에 미쳤다. 그 영향력은 한세기를 지났음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성경용지로 쓰이는 얇은 박엽지를 넘기듯 조심스럽게 한글성경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엮었다.

LA인근 한인교회들이 공식 성경 채택을 놓고 '가라사대'와 '이르시되'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두 단어는 '옛 성경'과 '새 성경'의 대표적인 차이점 중 하나다. 전자는 1961년 발간돼 4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개역한글판' 성경이고 후자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1998년에 나온 '개역개정판' 성경이다. 완역 한글 성경이 나온 지 100년을 맞아 한인 교계의 성경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인교계 현황= 한인교계는 전반적으로 새 성경 도입에 주저하고 있다.



정확한 한인교회별 개역개정판 보급 현황 통계는 없지만 그 실정은 대형교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개 대형교회에 문의한 결과 새 성경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5:5로 맞서고 있다.

개역개정판 성경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교회는 남가주사랑의교회다. 이 교회 이광철 행정실장은 "2년전 한국 인쇄소를 통해 개역개정판 성경 5000부를 특별 주문 제작해 교인들에게 판매했다"며 "초기에는 바뀐 부분들이 많아 교인들이 어색해 했지만 쉬운 표기법에 이젠 어느정도 익숙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ANC온누리교회도 지난해 개역개정판을 받아들였다. 나성영락교회와 인랜드교회는 3월부터 개역개정판으로 교체중이다. 특히 나성영락교회는 교회로고가 새겨진 개역개정판 6000부를 1차로 특별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교체 반대 이유= 기존 개역한글판을 고수하는 교회들의 입장도 확고하다.

가장 큰 이유로는 전량 교체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교인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당 20달러씩 5000부를 단체 주문할 경우 10만달러가 소요된다. 일시불로 지급해야 하는 교회는 물론 교회를 통해 구입해야 하는 교인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당장 큰 불편이 없는 성경을 굳이 큰 돈 들여 바꿔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신학적인 내용 변질의 우려 ▶개역한글판 사용에도 불편이 없다는 생각 등도 교체를 망설이는 이유들로 꼽힌다.

베델한인교회나 은혜한인교회 에브리데이교회 등은 종전의 개역한글판을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교회들이다. 베델한인교회 오준석 목사는 "교체시 발생할 여러 혼란 때문도 있지만 성경이 상업적인 측면에서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의견이지만 한국에서도 제기됐던 대한성서공회의 '숨겨진 상업적 의도'를 반대 이유로 꼽는 목회자들도 있다.

한국의 저작권법상 1961년 발간된 개역한글판의 판권유효기간은 50년이 되는 올해 7월까지다. 권당 판매정가의 9%를 받던 저작권 사용료를 더이상 받지 못하게되자 개역개정판을 통해 그 손실을 메꾸려 한다는 것이다.

#3의 대안 선택= 양자택일의 고민에서 벗어난 교회도 있다. 파사데나 장로교회는 2001년에 출간된 최신 현대어법에 가장 가까운 '새번역'을 쓰고 있다. 이 성경은 '가라사대'나 '이르시되' 대신 '말씀하시기를'로 표기하고 있다.

이 교회 성현경 담임목사는 "개역개정판은 쉽게 고쳤다고는 해도 교회에 처음 나온 '초신자'들에게는 여전히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어려운 고문이 아닌 현대어법으로 쉽게 풀이한 새번역 성경은 이해의 장애물을 없애 젊은 세대들을 성경과 가깝게 만들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정 배경] 어려운 한자·옛말 쉽게 표현

한글성경을 번역 출간하는 대한성서공회는 개역개정판을 펴낸 의도를 "1950년대 맞춤법에 따랐던 개역한글판의 어려운 한자와 옛말을 현대 표준 맞춤법에 맞춰 쉽게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7만3000여 곳이 수정됐다. 우선 고어나 한자어는 쉬운 말로 고쳤다. 또 문둥병을 나병으로 병신은 몸 불편한 이 등 장애인 기피용어를 비차별어로 바꾸는 등 시대와 언어의 변화를 고려했다.
성경 첫장인 창세기 1장3절부터 마지막장인 요한계시록 22장20절까지 성경 전체에 걸쳐 총 777차례 쓰여진 '가라사대'가 모두 '이르시되'로 바뀐 것도 한 예다.
한국에서는 이 새 성경 초판 발행후 교계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종전 성경에 비해 이해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대세로 자리잡았다. 대한성서공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85~90%의 한국 교회가 개역개정판 성경을 교회내 공식 성경으로 채택하고 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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