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열의 부동산 스토리] 춘래 불사춘
류기열/빅셀 파트너스 대표
겨울이 우기라고 해야 그저 손가락으로 셀만큼 오던 비가 이제는 적어도 한 주걸러 한번씩은 내리고 발렌시아나 라크라센타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이르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봄이 왔는데도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춘래 불사춘은 원래 중국 전한의 궁녀였던 왕소군이 흉노의 왕에게 강제로 보내진 것을 가엽게 여긴 누군가가 읊었다는 시의 한 구절로 지금도 많이 애용되는 고사 성어이다. 특히 1980년 서울의 봄이라 불리우던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어느 신문에서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막후 군부 세력의 움직임을 빗대서 춘래 불사춘이라고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2011년의 미국 경기도 춘래 불사춘인듯 하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기대를 가지게 했던 여러가지 경제의 움직임들은 아직도 긍정적인 방향을 가르키지만 생각지도 않던 중동 지역의 민주화 바람과 그로 인한 원유가 상승. 그리고 작년 겨울 이상 한파로 인한 식량 가격 폭등등은 세계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해 주고 있다. 지난 주 미국의 실업률이 2년만에 최저치인 8.9%대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제의 움직임은 부동산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주택 시장은 아직도 수백만채의 차압 매물이 족쇄가 되어 회복의 전망을 흐리게 하고 제조업과 IT 분야의 고용은 활발하다고 하지만 그 외의 산업에서는 고용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까닭에 오피스 시장 역시 당분간은 눈에 띌만한 회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특히 기관 투자급의 Class A 자산들은 4%대의 캡에 거래가 되고 최근 뉴욕의 한 리테일은 스퀘어 피트당 무려 8300달러에 매매가 되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워렌 버펫은 미국 주택시장이 올해 가장 가능성이 있는 투자 대상의 하나이며 또 올해는 큰 M&A딜들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여 주기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오일 가격이 배럴당 125달러 이상이 되면 또 한번의 경기 침체를 불러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얼마전 플로리다에서 열린 부동산 포럼에서는 발표자들이 당분간은 부동산에서 이러한 지역별 자산별로 격차가 심한 현상이 지속되리라고 전망하면서 아직은 부실 자산에의 투자가 대부분이지만 경기 회복에 따라서 정상적인 투자 시장도 회복될 것으로 향후 부동산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마치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동산에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 모습이라고 할까. 분명히 봄이어야 하는데 겨울이 끈덕지게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있는…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언제나 경기의 흐름 속에는 사계절이 섞여 있지 않나 싶다. 아무리 호경기라고 해도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불경기라고 해도 모두가 실패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더 분명한 것은 아무리 겨울이 용을 쓰고 버텨도 결국은 봄이 온다는 것 그것이리라. 그때까지는 조금은 더 눈 덮힌 산의 경치를 즐겨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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