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인생에 쉼표를 찍어야 하는 이유
"젊은이들이여! 무엇을 위해 사는가.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에 브레이크를 밟아라."2일 UCLA에서 열린 평화봉사단(Peace Corps) 설립 50주년 기념행사장. 세월이 흘러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봉사단원부터 UCLA 재학생 등 1200여 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 사회자로 나선 크리스 메튜(MSNBC 시사토크쇼 '하드볼' 진행자)가 시작과 함께 던진 한마디다.
크리스 메튜는 부와 성공만을 좇아가기 쉬운 젊은 세대에게 인생의 가치있는 '쉼표'가 무엇인지를 역설했다.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인생 선배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평화봉사단이 설립되고 나서 지금까지 20만 명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잠시 쉼표를 찍었다.
현재 전세계 77개국에 흩어져 활동중인 평화봉사단원(총 8655명)들의 평균 연령은 '28세'다. 대부분이 1980년 전후 세대다. 같은 세대의 한인들은 '평화봉사단'이란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한국은 1981년까지만 평화봉사단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국은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평화봉사단이 추구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고 반세기 넘게 이어지며 젊은이들의 마음에 아직도 전해지고 있었다. 오는 28일 평화봉사단원이 되어 불가리아로 봉사활동을 떠나게 되는 한인 수지 노(32)씨〈본지 3월4일자 A-9면>를 취재하며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50주년 행사가 끝나고 건너편 도서관에서는 '평화봉사단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흑백사진들 앞에서는 재학생들과 젊은 시절 평화봉사단에게서 활동했던 단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시된 수많은 사진들 앞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봤을까. 흙먼지가 날리는 가운데 허름한 옷차림의 이름 모를 젊은이는 사진 속에서 아이들을 안은 채 웃고 있었다. 비록 평화봉사단이 미국의 봉사단체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가치는 국경과 세대를 넘어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설립 50주년을 맞은 평화봉사단은 요즘 세대에게 '성공의 가치'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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