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201] 눈 내리는 봄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김진갑
잠이 들면 귀도 잠이 들고
그사이
방안에서는 두 사람 소리
그리고 이따금씩 이불을 끌어 덮는 소리
창문을 비껴선 전봇대 가로등에
나무그림자가 방범창처럼 유리창에 걸리고
눈이 내리며
바람도 없는 허공을 아우성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내 귀부터 묻혀서 일까
차곡차곡 내리는 하얀 세상
성에 낀 창가에 햇빛이 들고
입김에 녹은 크기만큼 봄이 보인다
지난 주 오하이오엔 눈이 내렸고, 지금도 산더미처럼 쌓였단다. 가려다, 가다, 언뜻 언뜻 뒤돌아보는 이의 뒷모습처럼 머뭇거리는 겨울. 입춘 우수 지나고도 내리는 눈발. 이 나라 땅이 넓긴 넓나보다. 그렇게 눈 내리는 봄은 와서 아직도 겨울 얼었던 기억가슴 모퉁이에 머물러 있다. 이 시는 눈 내리는 밤부터 창에 햇빛 든 아침까지의 서사다. 봄을 기리고 기다리는 시인의 한 폭 마음그림이다. 그리움이다. 그립다는 느낌은 보이지 않게 오는 축복이리라. 성에 함께 낀 창 속 겨울, 햇빛과 입김으로 녹아 흐른다. 봄 머뭇머뭇 저만치 온다. 이제 머잖아 꽃잎 눈처럼 내릴 봄날 올 것이다. 벚꽃은 꼭 눈발처럼 휘날리거나 내려앉으니까. 눈같이 꽃눈 내리는 헤인즈 포인트 꽃길 걸을 것이다. 봄 가득 안고 걸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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