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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장비보다 면담시간 긴 곳 택하라…삼성서울병원 최윤호 센터장

건강검진 '성적표'를 받아 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년 받아보는 건진표지만 도대체 어떤 숫자가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최윤호(49.사진) 센터장은 진단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다. 최 교수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급 인사와 임원들은 수백 명에 달한다. 그는 서울대 의대 내과와 핵의학과 전문의를 거쳐 미국 워싱턴대에서 노인의학과 연수를 했다. 삼성의료원 건강의학센터 창단멤버인 최 교수는 16년째 건강검진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조기 진단과 노년기 건강. 그에게 알수록 궁금한 건진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건강검진은 얼마나 자주 받는 게 좋은가.

2년 전 검진 땐 정상이었는데 올해 검사에서 말기암으로 판정 받은 사람도 봤다.

"심혈관 질환은 몇 년 또는 1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반면 암은 몇 개월 만에 말기로 진행되기도 한다. 내가 검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암 검진이다. 하지만 20~30대부터 매년 받을 필요는 없다. 암 발생이 증가하는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암 검진을 받으면 된다. 단 가족력이 있다면 조금 이른 나이부터 부분적으로 암 검진을 받는 것도 좋다. 암 검진을 제외한 나머지 검진은 50대 이후엔 1년에 한 번 40대라면 2년에 한 번 30대라면 3년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심뇌혈관 질환도 크게 늘고 있다. 뇌졸중.심장병 여부를 알아보는 MRI나 CT 검사는 가족력이나 위험요인이 있다면 50대 이후부터 받아보는 게 좋다."

-건진센터를 택할 때 무엇이 중요한가.

"건진 자체에 연연하기보단 사전.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가격이나 시설에 현혹되기보다는 검진에 대해 충분한 사전 설명을 하는 곳인지 체크해 보라. 사전 설문지에 따라 예진을 하고 검진 계획을 세워주는 곳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무조건 어떤 프로그램을 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곳은 좋지 않다. 결과가 나오면 해당 과의 진료와 연계시켜줄 수 있는지 간단한 재검은 해 주는지도 따져보는 게 좋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진인가.

"아니다. 한국내 최고의 병원에서 최고급 장비를 총동원해 건진을 받는다고 해도 300만원을 넘길 수 없다. 나머지는 서비스다. 건진 비용이 비쌀수록 상담 시간이 길어진다. 건진 결과를 두고 과별 교수가 한 시간 이상씩 면담한다. 몸 상태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향후 관리계획을 세워주는 것이다. 검진 후 일정 간격으로 전화를 걸거나 왕진을 해 몸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도 체크해 준다. 건진 전후 편의시설이나 프라이버시 공간 제공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거기다 1박2일 또는 2박3일의 숙박 시설이 제공되면 더 비싸진다. 최근 우리 병원에서는 중동이나 러시아 부호들의 요청에 따라 VVIP 숙박 건진 프로그램이 신설됐는데 3000여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비용이 좀 많이 들어도 넉넉한 시간과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건강검진을 원한다."

-간혹 아주 싼 가격의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있던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건진을 제공하는 중소병원들이 많다. 하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다면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일부 중소병원에서는 종합병원에서 오랫동안 쓰다 넘긴 중고 건진 기기를 쓰기도 한다. TV도 몇십 년 사용하면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망원경도 오래 쓰면 먼지나 때가 끼어 액정이 흐려진다. 화질이 흐릿한 내시경으로 위나 대장을 본다고 생각해 보라. 암 등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한 곳도 피해야 할 것 같다. 값비싼 기기를 들여놨더라도 1인당 검진 시간을 줄여 많은 환자를 봐 수입을 늘리려는 곳도 있다. 대장 내시경은 찬찬히 세심하게 봐야 하는데 내시경을 넣었다 대충 보고 검진을 끝낼 수도 있는 것이다. 낮은 임금의 숙련되지 않은 의사에게 건진을 맡기는 곳도 있을 것이다. 소독 문제도 있다. 위 내시경 끝 부분은 잘 소독한 다음 건진을 해야 하는데 비용을 아끼려 소독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건진센터는 이런 문제없이 놀라울 정도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혹 문제가 되는 병원이 있다는 말이다."

-건진만 매년 하면 건강에 대해 안심하면 되나.

"너무 맹신하면 안 된다. 분명히 한계가 있다. 피부암.뇌암.후두암까지 매년 암 검사를 받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폐암도 일반적인 종합 건진으로 잘 발견되지 않는다. 환자 중에는 어디가 아픈 것 같다며 1년에 2번씩 건진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있다. 현명하지 않은 일이다. 돈은 돈대로 들고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한다. 오히려 아픈 곳과 관련된 과 몇 군데를 돌며 전문의와 상담해 보고 해당 과에서 정밀 검진을 받는 게 낫다."

-방사선 피폭량도 걱정된다.

"젊은 나이부터 CT나 X선 촬영을 자주 하면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60대 이상은 방사선 노출로 인한 문제보다 검진을 안 해서 생기는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MRI와 초음파 기기는 몸에 전혀 해가 없다. 단 각 검사마다 볼 수 있는 부위가 달라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적절히 검진 받아야 한다."

-최고위 임원들은 얼마짜리 건강검진을 받나.

"보통 임원급은 150만~200만원짜리 검진을 받는다. 최고위 임원이나 개인 사업가 등은 그보다 더 비싼 건진 프로그램을 요구하기도 한다. 임원들은 자신의 건진 결과에 대해서는 상당히 노심초사하면서도 막상 상담에서는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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