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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200] 봄꿈을 꾸며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봄꿈을 꾸며

-김종해

만약에 말이지요, 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
하느님께서 하문 하신다면요,


저는 이월이요,
라고 서슴지 않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눈바람이 매운 이월이 끝나면,
바로 언덕 너머 꽃피는 봄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네, 이월이요. 한 밤 두 밤 손꼽아 기다리던
꽃피는 봄이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지요.
살구꽃, 산수유, 복사꽃잎 눈부시게
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봄날이
언덕 너머 있기 때문이지요.
한 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

왜 이월일까? 흙 고향 가기 가장 좋은 달. 언덕, 눈바람 끝나고 봄꽃 거기 있고, 코앞 살구꽃, 산수유, 복사꽃 눈부신 봄날 거기 있기 때문? 삶의 희망은 역시 겨울눈 속 꿈에 있었던가? 한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도 언덕 너머 있어서? ‘아니야, 나는 시월일 것 같아. 높고 청명한 그 가을하늘 아래 말이야.’ ‘나는 삼월이야. 가슴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를 포근한 삼월에 말이야’ 이런 사람도 있겠지.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물으신다면, 그대는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드시겠습니까? 정말 모두 다 놓고 아주 떠나가실 때 말입니다.

입춘이 지난지도 어언 3주, 우리 집 뜨락 화단 가지런히 심긴 히야신스, 입춘 전만해도 펜촉만큼 뾰족 솟더니 우수가 지난 뒤엔 허리 곧추 세우고 키 손가락만큼 올라왔다. 이제 곧 개나리 노랗게 웃으면 뒤따라 저도 꽃 손 펴리라. 올핸 퍼플 색도 한줄 더 심고 싶다. 내년의 화사할 봄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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