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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라인] '머리 크기'에 집착하는 한국인

배원혁/성형외과 전문의

언제부터인가 연예인들도 머리가 크면 굴욕이라 한다. CD 크기만한 작은 얼굴을 가진 모 여배우는 다섯 살짜리 아기와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작은 머리라며 부러워하는 기사도 연예계 톱 뉴스로 뜨고 있다. 그만큼 머리 크기가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왜 유난히 머리 크기에 집착할까. 아마 옛날 '롱다리'라는 표현으로 시작된 신체 비율에 대한 미적 관점이 '황금비율' '명품비율' 등의 단어와 함께 좀 더 구체화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얼굴이 작으면 키도 커 보이고 옷발도 잘 받아 보이고 평범한 얼굴도 좀 더 예쁘거나 귀여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얼굴을 향한 집착은 그 위험하다는 돌려깎기 성형까지 감수한다. 전에는 머리 작으면 '새 대가리'라며 머리 나쁘다고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단원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나 그 밖의 조선시대 인물화들을 보면 대부분 양반이 하인보다 얼굴과 머리가 더 큰 것으로 그려져 있으니 옛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엿볼 수가 있다. 17세기 유럽에서도 가발의 크기가 권위에 비례한다고 하여 돌돌 말아 복잡하게 만든 가발로 치장한 대두 스타일이 유행했고 오늘날까지도 영국의 판사들이 법정에서 가발을 쓰는 관습이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 아시아권에서도 유독 한국과 일본만이 작은 얼굴에 집착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어릴 때 일본산 '쇼조 망가'를 너무 많이 본 영향이라는 설도 있다. 순정만화 '캔디'의 안소니와 테리우스 소년만화 '원피스'의 나미와 로빈은 모두 10~12등신으로 얼굴이 작고 다리는 길다. 이런 걸 이상형으로 알고 어릴 때부터 갈망해 온 탓이라는 말이다.

또 얼굴이 작아야 TV에 예쁘게 나오는 연예인들과 그들의 외모를 심하게 동경하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이 상업적 광고와 기업들의 새로운 상품 코드와 맞물려 빚어낸 자본주의의 한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일리가 있다. 전 세계 인류중 10% 이상이 미모와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말이다.

의사이자 과학전문 저술가인 울리히 렌츠는 '아름다움의 과학'이라는 책에서 아름다움이란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모든 시대와 문화를 연결하는 객관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또 어린 아이를 보면 공격성이 누그러지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는 것이 사람의 뇌구조라며 이에 의해 어린 아이처럼 작은 얼굴과 머리 상대적으로 큰 눈 통통한 볼 살을 갖춘 동안을 미인의 필수조건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우리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이성적 판단력이나 세상 인심을 모두 던져 버린다. 하지만 신체 일부분에 병적으로 집착해서 꼭 어떤 미개한 나라의 이상한 미의 기준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물론 미의 기준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최소한 그에 적합한 미의 기준을 갖지 못한 사람을 비난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외모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서 봐주는 분위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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