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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에스겔, 킬링필드에서 구원을 노래한 예언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킬링필드(Killing Fields). '붉은 캄보디아 민족'을 뜻하는 쿠메르루즈(Khmer Rouge) 공산 정권 때 악명 높은 대학살의 참극이 빚은 집단 무덤의 현장을 일컫는 말이다. 그때 800만 명의 인구 가운데 무려 200만 명이나 되는 캄보디아 인민들이 무참히 잔혹하게 살해되었다. 그러한 킬링필드는 캄보디아 전역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500개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인간 역사상 이런 비극이 또 있을까? 인간 내면에 깊이 도사린 악마적 야만과 광기가 할퀴고 간 현대사의 끔찍한 현장이다.

구약성서의 제사장이자 예언자였던 에스겔 또한 우리를 이러한 '킬링필드'로 안내한다. 그러나 에스겔이 환상 중에 본 킬링필드는 캄보디아의 그 현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에스겔은 '마른 뼈들의 환상'을 통해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민족의 혼을 일깨워 주고 희망을 심어 주려 하였다.

어느 날 하나님은 환상 중에 에스겔을 한 골짜기로 데리고 가셨다. 그 골짜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마른 뼈와 해골이 널브러져 있는 킬링필드였다.

그 킬링필드는 강대국 바빌로니아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끌려가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민족의 절망을 가리킨다. 절망은 자기상실이 가져온 정신적 죽음이 아니던가? 그러기에 덴마크 출신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하였다. 자신의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 타국으로 강제로 옮겨져 그곳에서 종살이하던 그들은 삶의 생기와 희망이 고갈된 마른 뼈들과도 같았다. 환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흩어져 나뒹굴던 뼈와 뼈가 상합하고 그 뼈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그 위에 가죽이 덮였고 마침내 하나님의 명령으로 사방에서 불어온 생기가 들어가 하나씩 일어서는 게 아닌가? 그리고 큰 군대를 이루었다.



에스겔은 이 환상을 통해 외세의 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민족을 이루게 되리라는 희망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세계의 패권을 거머쥔 강대국 바빌로니아의 식민지 백성으로 전락한 후 보다 큰 영적 침체를 맞이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었다.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마른 뼈와 해골들이 가득한 킬링필드 앞에서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물으신다. "인자야 이 뼈들이 능히 살겠느냐?" 이것은 '불가능한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생기가 마른 뼈들에 들어가는 순간 죽음은 물러가고 생명이 춤춘다. 이스라엘 민족이 절망의 바닥을 치고 희망과 회복을 향해 올라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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