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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으로 지도 접어 '날씨로 보는 미국'

미국은 땅 모양이 비교적 반듯한 나라이다. 본토의 48개 주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이다.

미국 지도를 펴놓고 북서쪽 끝과 남동쪽 끝 부분을 잇는 선을 하나 그려보자. 이 선의 북서쪽 끝은 시애틀 인근이고 플로리다 반도를 제쳐 두면 남동쪽 끝은 조지아 주의 동부 해안지역이다.

이 두 지역을 잇는 직선은 직사각형으로 치면 대각선에 해당한다. 미국 대륙을 북서에서 남동으로 가르는 이 대각선은 어떤 공식 문서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남북 전쟁 때 북군과 남군이 대치했던 라인도 더더욱 주의 경계도 아니다.

그러나 삐딱하게 누운 이 대각선은 21세기 미국의 신구 흐름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가상의 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이 대각선을 중심으로 한 북동쪽은 '올드 미국'이고 남서쪽은 '뉴 미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올드 미국과 뉴 미국의 개념이 와 닿지 않으면 구도시와 신도시로 대치해서 봐도 된다. 구도시와 신도시의 차이가 무엇 인가. 사람이 몰리고 문화 활동 등이 활발한 곳이 신도시며 인구이탈이 가속화하고 경제 등은 침체 혹은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는 곳이 구도시이다.

지난 십 수년간 미국의 인구 이동은 이 경계선을 넘어 이뤄졌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구체적으로는 시애틀 솔트레이크 피닉스 댈러스 애틀란타 등 대각선 남서쪽 도시에 사람이 몰렸다. 반면 북동쪽의 시카고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은 심각한 인구 유출 현상을 겪고 있다. 물론 대각선 북동쪽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워싱턴DC처럼 인구가 증가한 예외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체적인 인구 이동 추세는 대각선을 중심으로 북동쪽에서 남서쪽을 향하는 것이다. 이런 가상의 경계선을 가능케 한 요인을 딱 한가지만 꼽으라면 무엇일까. 수많은 요인을 가운데 날씨와 기후를 첫 번째로 지목해도 좋을 것 같다.

대각선을 중심으로 북동쪽은 겨울이 길고 춥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많다. 반면 남서쪽은 대체로 건조하며 연중 일조량이 풍부하다. 미국 이민 생활의 초반 30년을 뉴욕 주의 소도시에서 보냈다가 환갑이 넘어 엘에이 근처로 이사온 한 한인 할머니는 "서부로 오니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것 같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하면 그냥 흘려 들을 얘기만은 아니다.

날씨는 삶의 질이나 경제 활동 건강 생활 등을 궁극적으로 지배한다. 옷을 골라 입는데 부터 시작해 내집 마련 부동산 투자까지 사실 날씨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없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에 걸친 이번 겨울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날씨의 막중한 영향을 절감한 시기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미국 등 북반구 지역은 유례없는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반면 남미와 호주 등 남반구는 기록적인 폭우와 혹서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 겨울은 이런 점에서 본격적인 기상 이변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개개인들로서는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지혜로 무장해야 할 날이 닥쳤는지도 모른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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