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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하갈, 한 민족의 어미가 된 씨받이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조선시대 여성들은 혼인과 함께 아들을 낳아야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가문의 대를 이을 손자를 낳지 못하는 것은 칠거지악(七去之惡) 가운데 하나로 여길 정도로 여성들에게 덧씌우진 굴레였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성은 친정으로 쫓겨 가기 일쑤였다. 그러나 양반 집에서는 혼인한 여성을 내쫓는 것 또한 집안의 수치로 여겨 다른 방도를 찾았으니 그것이 악습 중의 악습이었던 '씨받이'였다.

천한 신분 중에서 아들을 낳은 경험이 있는 과부나 젊은 처녀들이 어떤 대가를 받고서 씨받이가 되었다.



현대에 와서 다른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자신의 자궁에 착상시켜 대신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주는 역할을 하는 대리모는 조선시대 씨받이의 변형이 아니겠는가?

구약성서에서도 씨받이가 된 한 여인의 이야기가 있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그토록 열망했던 임신이 되지 않자 자신의 이집트 출신 몸종인 하갈로 하여금 아브라함과 동침케 하였다.

이것은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하겠다고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의 성취가 지연되자 조바심 난 사라의 당돌한 저항의 몸짓일터.

사라는 하갈을 통해 아브라함이 자식을 얻게 되면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감당치 못할 무리수를 던졌다.

아브라함과 동침한 하갈은 덜컥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시기와 질투의 화신이 된 사라는 하갈의 임신을 반기기는커녕 그녀를 학대하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신변의 위협을 느낀 하갈은 임신한 채 광야로 도망가게 되었다. 광야에서 홀몸이 아닌 여인을 치한이나 맹수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의 천사가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하갈에게 나타나 여주인에게 다시 돌아가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것과 유사한 약속의 말씀을 주신다.

"내가 네 자손으로 크게 번성하여 그 수가 많아 셀 수 없게 하리라… 네가 잉태하였은즉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이는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

어쩌면 여주인 사라에게 돌아가는 하갈의 길은 죽을 각오로 가는 길이었다.

도망간 노예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 그러나 하갈이 여주인에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광야에서 고통 중에 만난 하나님의 체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갈은 그런 하나님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이라고 하였다.

무명의 씨받이 여인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하갈이 한 큰 민족을 이룰 생명의 씨앗을 품은 어미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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