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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원의 리더십] 백수정 현대캐피탈 이사 "스스로의 콘텐트 없다면 리더할 생각마라"

"지난해 말 인사서 30대 여성 임원
이벤트 성공으로 브랜드 가치 높여
'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는 곤란"

캐피털 회사는 여신전문금융회사다. 예금(수신)은 할 수 없고 대출(여신)만 전문적으로 한다. 업계 1위는 현대캐피탈이다. 이 회사에서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그룹 유일한 여성 임원이 나왔다. 주인공은 백수정(40) 이사. 승진하던 지난해 말에는 30대였다. 컨설팅 회사인 부즈앨런해밀턴을 거쳐 2007년 9월 부장으로 입사해 3년 만에 '별'을 달았다. 백 이사를 최근 만나 어떻게 하면 대기업 임원이 그것도 초고속으로 될 수 있는지 물었다.

-대기업 여성 임원은 드물다. 게다가 일찍 별을 달았다.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텐데.

"따가운 시선을 느끼지 못했는데…. 달리 생각하면 이젠 나 같은 사람이 나올 정도로 우리 정서가 바뀐 거 아닌가."

-어떻게 하면 여성이 그것도 30대에 임원이 될 수 있나. 비결을 알려 달라.



"여성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심심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은 사람이 승진하는 것 아니겠나."

-MBA를 했고 컨설팅 회사 출신인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MBA를 나왔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여자가 공채로 들어와 승진해서 임원 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다른 스펙이 필요하다. 그게 꼭 MBA일 필요는 없지만 MBA가 있으면 훨씬 도움되는 건 사실이다. 아직 우리 회사가 만들어진 지 20년이 안 됐다(현대캐피탈은 1993년 현대오토파이낸스로 출발해 99년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조만간 공채 출신 여성 임원도 나올 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백 이사를 승진시킨 이유에 대해 "현대캐피탈 마케팅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도한 대표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이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 2007년부터 시작된 스포츠.문화 마케팅 행사다. 2007년 랜스 암스트롱을 초청해 사이클 경기를 벌였고 2008년엔 체조 갈라쇼를 열었다. 지난해엔 한.일 남자골프 대항전을 개최했다. '생돈' 들여가며 이런 행사를 여는 건 캐피탈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어쨌든 돈 놀이 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는 현대캐피탈의 숙명이다. 백 이사는 이 숙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스포츠.문화 마케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일 남자골프 대항전이다. 날씨가 참 안 도와줬다. 대회 전 한 달간 제주도에 태풍이 세 번 왔다.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더라. 설치물도 제대로 설치 못 하고 날아갈까 봐 마음 졸이고. 그래도 하늘이 우릴 버리지 않았다. 대회 당일에는 비가 안 와서 무사히 행사를 마쳤다. 인비테이셔널은 처음에는 비인기 스포츠를 육성하자는 취지였다. 최근엔 범위를 문화로 넓혔다. 지난해 5월 올림픽공원에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파크 콘서트'를 열었다. 캐주얼한 클래식 공연이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영국 4대 오케스트라다. 연주의 질은 클래식 공연장 수준인데 콘서트를 즐기는 관객들은 5월의 향기와 낭만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자주 열 계획이다. 또 새로운 형태의 클래식 공연인 '스탑앤리슨(Stop&Listen)'도 확대할 거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클래식 연주를 하면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이미지 개선엔 성공한 것 같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들겠다. 이런 행사를 여느니 돈을 아껴서 대출금리 낮추는 게 고객들에게 보답하는 길 아닐까.

"캐피털 회사는 부정적 이미지를 안고 간다. 현대캐피탈은 돈 빌려주는 회사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도움 필요한 분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좋은 곳이다. 금리를 얼마로 할 것이냐는 우리 회사가 돈을 얼마나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금조달 비용 신용도에 따른 대출 상환율 등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결정된다. 회사가 돈 많이 쓴다고 그걸 메우기 위해 고객들 대출금리를 올리는 건 아니다."

-그래도 캐피털 회사가 너무 이벤트성 마케팅에 치중한다는 느낌이다.

"이벤트가 아무래도 겉으로 보이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런데 아니다. 최근에 중점을 두는 건 고객경험 관리다. 고객들이 현대캐피탈을 만났을 때 어떻게 느끼느냐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요즘 파이낸스숍(지점)을 고치는 중이다. 초반엔 금융상품은 마땅히 보여줄 게 없으니 디자인으로 승부했다. 고객들이 지점에 들어서면 '와우'라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지점을 알록달록 꾸몄다. 지금은 다시 금융회사 스타일로 바꾸고 있다. 대출받으러 온 고객들이 위압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사생활 침해를 받지 않도록 창구를 투명한 상담공간 형태로 바꿨다."

백 이사는 금융 쪽과 인연이 없다. MBA를 마치고 돌아와 인터넷 기업인 라이코스코리아에서 일한 뒤 컨설팅 회사를 다녔다. 컨설팅 회사에서도 주로 제조업 프로젝트를 맡았다.

-금융이나 마케팅과는 인연이 없다.

"마케터로 일해보고 싶었다. 입사 면접을 볼 때 '경력이 이런데 괜찮겠냐'고 회사에 물었다. 그랬더니 현대캐피탈은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브 커리어(United States of Career.직업합중국)'라고 하더라."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브 커리어?

"예를 들어 우리가 VIP 서비스를 한다고 치면 금융권에 있던 사람보다는 호텔에서 VIP를 상대하던 사람이 더 잘 하지 않겠나. 이 회사엔 금융회사 특유의 순혈주의.배타성이 없다."

-어떤 리더십을 지향하는가.

"콘텐트 리더십이다. 권위적으로 '나를 따르라'식의 리더는 아니다. 리더가 누구냐. 구성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사람이다.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 라인을 주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러려면 리더 스스로가 뭔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콘텐트 리더십이다."

-임원을 꿈꾸는 여자 후배들에게 한마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여자라고 봐줄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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