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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론] 이집트 사태의 뿌리

이길주/버겐커뮤니티칼리지 교수

1979년 3월 26일.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백악관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그 순간 이집트는 세 개의 ‘P'를 포기했다. ‘Pan-Arabism (범 아랍주의)’, ‘Palestine (팔레스타인)’. 그리고 ‘Pride (자존심)’.

다른 두 개의 'P'를 위한 결단이었다. ‘Peace (평화)’와 ‘Prosperity (번영)’. 퇴진의 압력을 받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통치는 이 평화와 번영의 약속으로 정당화된 독재정권이다. 이집트 민중은 지금 30년 무바라크 시대의 초라한 결산서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는 아랍가문의 맏형이고 중심이었다. 서양이 아무리 오리엔털리즘의 편견을 갖고 아랍권을 비하해도 이집트문명에 대한 경외심을 흔들 수는 없었다. 그 어느 누구도 피라미드 앞에서는 작아진다고 하지 않는가. 1952년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가멜 나세르는 사회주의 발전 모델을 일부 적용, 이집트의 부흥기를 가져온다. 아랍인들은 자연스레 이집트를 중심으로 과거 이슬람제국시대의 영화를 회복하는 꿈에 젖어 들었다. 그러나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의 평화는 이 꿈을 부수어버렸다.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로부터 재탈환하겠다는 꿈은 아랍권을 한데 뭉치는 힘이었다. 이집트는 이 가능성을 백악관 잔디밭에 묻어버렸다. 이집트의 군사력을 뺀 아랍연합과 이스라엘과의 정면대결은 상상할 가치조차 없다. 자신감을 얻은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西岸) 점령지구에 이스라엘 정착민촌을 건설해 팔레스타인 전체에 대한 실제적 내 땅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집트는 미국에 팔려갔다는 비난을 받을 만큼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에 따른 미국으로부터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매년 약 20억 달러의 원조를 받는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 원조의 대부분은 무기구매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최첨단의 무기에 대한 군사력 대칭을 위해 이집트는 군사원조를 필요로 한다. 역사적인 평화관계를 체결한 두 나라가 미국의 도움으로 군사력 경쟁에 돌입해 있는 아이러니 속에서 이집트의 경제건설은 뒷전에 밀려있다.

그렇다면 과연 평화협정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 이집트는 평화와 번영을 얻은 것일까? 두 나라의 관계를 찬바람 도는 평화라는 뜻에서 ‘Cold Peace' 즉, 냉화(冷和)라고 표현한다. 서로 총질만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아랍 연합군의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전 가능성이 사라지고, 그 공간은 두 개의 불안요소로 채워졌다. 자살공격과 대량살상무기 확보노력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형성된 미국중심의 소위 반국제테러 전선에 이집트는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당연히 ‘무슬림 형제단 (Muslim Brotherhood)’이 상징하는 이슬람권내의 반감이 존재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최측근 다수가 이집트 출신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무바라크 시대의 경제 성적표는 이집트 사회의 폭발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무바라크 정부가 이집트 경제를 일정부분 개혁한 것은 사실이다. 주요 산유국이 아니면서도 최근에도 4~6%의 년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의 절반 가량이 서비스산업에 기초한 사실도 이집트 경제의 변화를 말해준다. 그러나 문제는 극심한 양극화이다. 카이로에는 이집트 상류층 자녀들을 위해 국제학교가 다수이다. 반면 이집트 국민의 20%는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더욱 위험한 불안요소는 미비한 일자리 창출이다. 1990년부터 2005년 15년 동안 매년 고용증가는 2.6%에 그쳤다. 비교적 교육열이 높은 이집트의 학위 소지자들이 일터가 없는 현실이다. 청년실업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란 평가도 있다.

한마디로 줄이면 이집트 사태는 상징적 가치를 다 내어 던지고 실제적 삶의 향상을 택한 30년 전의 결정이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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