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본 애국자, 천재 예술가의 일상
사진작가 이은주씨 '백남준 전
9일부터 뉴욕한국문화원
9일부터 3월 4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에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여는 사진작가 이은주(63·사진)씨는 인간 백남준은 ‘따뜻한 사람’으로도 기억한다.
이씨가 카메라를 들면 백씨는 포즈를 취하며 “나 이쁘게 찍어줘. 그러면 여자들한테 인기가 좋겠지?”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씨는 2006년 1월 29일 백씨가 마이애미에서 세상을 등질 때까지 16년간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비디오아트 선구자’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와 백씨의 인연은 1992년 서울 문예회관에서 시작됐다. 예술혼이 여전히 ‘발랄’했던 예순 살의 백남준은 피아노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던 중 무대로 달려드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들에게 “당장 내려가라”고 호통을 쳤다. 그 가운데 있던 열혈 사진가 이은주씨는 물러서지 않았고, 무대 뒤로 올라가서 백씨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것을 계기로 이씨는 백씨의 호텔 비밀번호를 갖고 있는 전속 카메라맨이 된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시곤 했어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종이에 낙서하듯 스케치도 하셨구요.”
1996년 호암아트 예술상을 받은 후 뉴욕으로 돌아온 백씨는 중풍으로 쓰러졌고, 후엔 당뇨까지 겹치게 된다. 건강했을 때 “예술가가 병 들면 쓸모가 없다. 난 병 들면 안락사가 합법화된 네덜란드로 가겠다”고 말해왔던 거장이었지만, 한국·중국·미국 3개국 병원을 다니며 삶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는 것.
“2000년 구겐하임뮤지엄 회고전에서 센트럴파크까지 늘어선 관람객들의 긴 줄을 보며 정말 ‘위대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분은 정말 영원히 사셔야 하는데요…”
‘백남준의 삶과 예술’전은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와 도쿄 한국문화원을 거쳐 뉴욕으로 이어지는 순회전시다. 이번 전시는 백씨의 5주기를 기해 열리는 추모전이기도 하다.
강릉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국문과를 다니며 사진서클 활동을 했던 이씨는 81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사진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공연과 인물 사진작가로 활동, 2003년 프레스센터에서 ‘이은주가 만난 108 문화예술인’전을 열었다.
어머니를 따라 공연 전문 사진작가가 된 딸 최시내씨도 이번 전시에 동행한다. 최씨는 ‘슈트트가르트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 강수진’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9일 오후 6시 오프닝 리셉션에선 백씨의 보인 시게코 구보타 여사가 출간한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의 출판 기념회도 겸한다. 212-759-9550.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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