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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레이건과 '수퍼 선데이'

박용필/논설고문

하느님께서 엿새 날까지 하시던 일을 다 마치고 이렛 날에는 손을 떼고 쉬려 하셨다. 아차! 하나를 잊었구먼. 그러고는 풋볼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았다. 특히 치어리더들의 율동은 보기에도 예뻤다.

풋볼이 너무 좋아 하느님은 주일에도 짬을 내 게임을 보셨다. 정규시즌이 끝나자 백성들이 아우성을 쳤다. "겨울은 너무 길고 어둡고 또 추워서 못견디겠습니다. 우리를 구하소서."

그래서 하느님은 플레이오프와 수퍼보울을 지어내셨다. 보기에 더욱 좋았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몇몇은 기량이 아주 뛰어났다. 이들을 특히 편애해 나머지 선수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하느님이 차별을 하시다니…." 하느님이 이들을 다독거렸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느니…."

누가 지어냈는지는 모르지만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성경에 빗대 떠도는 인터넷 우스개다. 수퍼보울이 열리는 일요일을 흔히 '수퍼 선데이'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날이다.

올해는 그러나 창조주의 축복이 두 배로 커졌다. 그래서 '기퍼 선데이(Gipper Sunday)'가 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과 겹쳤기 때문이다.

'기퍼'는 레이건이 생전에 가장 듣기 좋아했던 별명이다. 할리우드의 B급 배우 출신인 레이건이 스타로 발돋움한 영화가 '누트 라크니(Knute Rockne)'다. 그가 맡은 역이 바로 노터데임대학 풋볼팀의 전설 '조지 기퍼'다.

1930년대 중반 대학풋볼 챔피언전을 앞둔 그가 죽음의 병상에서 감독 라크니에게 유언처럼 남긴 말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명언이다. "이 기퍼를 위해 한 번만 더 이겨주세요."

지난 1984년 재선에 나선 레이건은 '기퍼'를 자신의 캠페인 구호로 채택했다. "기퍼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세요." 유권자들은 레이건에게 몰표를 던져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줬다.

레이건은 화술의 달인이었다. 언젠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이렇게 비유했다. "공화당은 매일 매일이 7월4일 민주당은 1년 365일이 4월15일이지요."

4월15일은 세금보고 마감일이어서 누구나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이 나라 경제에 주름살만 안겨줬다며 민주당을 잔뜩 골려준 것이다. 공화당은 독립기념일 축제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얘기하는 정당이고. 그래도 레이건이 밉지 않아 민주당 의원들조차 배꼽을 잡았다.

레이건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자 주저하지 않고 TV 앞에 섰다. "저는 이제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미국인들에게 사랑의 키스를 보내며 훌쩍 역사의 무대를 떠났다. 8년 대통령 재임시절 그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평균 57%였다. 그러나 퇴임 때는 65%로 치솟았다. 취임 때보다 그만 둘 때 더 인기를 얻은 대통령이었다.

이번 일요일(6일)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그린베이 패커스가 수퍼보울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두 팀 모두 레이건 지지성명을 내고 저마다 '기퍼'가 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레이건은 하늘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싱긋 미소를 흘리며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될테니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졌다고 실망하지 말라"고 말해 줄 것만 같다.

레이건은 "가장 위대한 영광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며 미국을 수퍼 파워로 만든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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