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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 중앙일보가 선정한 이달의 책] 공감의 시대, 행복을 말하다

아직도 경쟁하는가, 공유하라
1등 지상주의 넘어설 삶의 지혜, 위키피디아·오픈소스에서 보다

지구에 탐사를 나온 외계 과학자가 있다고 하자. 그의 임무가 인간이라는 종의 행동을 연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라면 그는 우리를 어떤 범주로 분류할까? 어쩌면 다음과 같이 요약해 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보다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매일 밤 12시에 집에 들어오는 학생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식 벌 되는 젊은이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중년들 초일류 기업만이 살아남을 거라며 1등에 목맨 기업들 남의 자원을 빼앗기 위해 대규모 전쟁까지 불사하는 국가들….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종이다." 외계 과학자의 눈에 우리는 영락없는 '무한경쟁자'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사회사상가로 꼽히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 완전히 상반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경쟁하는 종이라기보다는 '공감하는 인간'(호모 엠파티쿠스)이다. 정말 그럴까?

평생 힘들게 습득한 고급 지식을 애써 공유하고('위키피디아') 누구나 무료로 컴퓨터 운영체계를 갖다 쓰게 하며('오픈 소스') 탄소 에너지 독점을 놓고 펼쳐지는 살벌한 자원 전쟁을 포기하고 뒤뜰의 재생 에너지(태양열 지열 생에너지)를 함께 연구하고 상용화하려는 시도들('분산 에너지')에 주목해보자. 리프킨은 이런 현상을 그저 나열하려는 것이 아니다. '왜'를 묻는다. 대체 우리의 공감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미국 출신의 세계적 경제사상가인 제레미 리프킨은 과학 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책을 발표했다. 신작 『공감의 시대』에선 '공감'이란 새로운 틀로 경제사를 조망하고 21세기 지구촌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1990년대 초반 원숭이 뇌를 연구하던 이탈리아 연구자들은 원숭이가 뭔가를 손으로 잡을 때 원숭이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느 날 원숭이 뇌를 스캔하고 있었는데 한 연구원이 바나나를 잡자 그 모습을 본 원숭이의 뇌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실제로 뭔가를 잡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똑같이 활성화된 것이다. 이 우연한 발견 이후에 비슷한 기능을 하는 더 정교한 신경 메커니즘이 인간의 뇌에서 발견된다.

우리는 이를 '거울 신경세포'라 부른다. 이 세포 덕분에 박지성이 슛을 날리는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슛을 할 때 실제로 활성화되는 부위가 동일하게 활성화된다. 또한 남의 고통스런 표정을 보면 내가 고통스러울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똑같이 활성화된다. 그러니 거울 신경세포는 '붉은 악마'들을 시청 앞 광장으로 모이게 만들고 TV 드라마에 빠져 있는 이들을 눈물짓게 만드는 세포인 셈이다. 저자는 이 세포 외에도 유아의 공감 능력과 이타성의 진화를 입증하는 여러 실험과 이론들을 소개하며 경쟁자 호모 사피엔스와는 전혀 다른 측면의 인간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공감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이런 방식의 이야기 자체가 이 책을 특이하게 만드는 요소다. 대부분의 미래사상서는 이상향을 먼저 그려놓고 우리를 그쪽으로 몰아가려고들 한다. 더욱이 인간 본성에 대한 관심은 사치일 뿐이다. 하지만 리프킨은 인간의 공감 본능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서 출발하여 공감의 관점으로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독특한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공감하는 존재는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할까? 리프킨은 3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예견한다. 탄소 기반 에너지(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일방향 통신 체제로 묶인 2차 산업 혁명은 수명을 거의 다했으며 이제 청정 재생 에너지와 쌍방향 네트워크 체제가 결합한 분산 자본주의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세계야말로 원래 우리의 공감 본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체제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저자는 습관처럼 되어버린 경쟁 독점 승부의식을 고갈시켜야만 경제 위기 에너지 고갈 기후 변화라는 마의 삼각지대를 돌파할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금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로 재무장한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 교수가 의식의 기수를 되돌려 '공감의 시대'를 향해 다시 이륙하자고 외치고 있다. 당장 오늘의 생존 문제에 허덕이는 이들에게는 광야의 외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존 그 다음 아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꿈꾸는 선도 집단에게는 절실한 지침서다. 감히 여기서 모든 경영의 미래를 흘깃 보았다.

장대익(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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