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교통지옥 '악몽'…최고 12.7인치 내려, 사망 4명 인명피해도
워싱턴-볼티모어, 26일 폭설에 수시간씩 차에 갇혀
이날 오후 7시쯤 DC 소재 밀리터리 로드에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도로위 차량을 덮쳤다. 당시 차량 안에는 5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중 1명이 숨졌다. 메릴랜드 앤 아룬델 카운티에서는 쌓인 눈을 피해 도로위를 걷던 77세 노인이 제설용 트럭에 치어 사망했다. 또 볼티모어의 한 택시 운전기사는 눈길 운전속 차량에 갑자기 불이 났으나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숨졌다. 27일에는 메릴랜드 웨스터민스터에서 집앞 눈을 치우던 32세 청년이 갑자기 쓰러져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폭설의 가장 큰 피해자는 퇴근길 귀가 차량들이다.
애난데일의 직장에서 노스 포토맥 집까지 무려 6시간이 걸렸다는 이미진(가명)씨는 “도로에서 보낸 시간이 암흑 같았다”며 “도로 곳곳에 차량이 빠진데다 언덕길을 못 올라가 서 있는 차들이 많아 더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진입로 등 경사진 도로 마다 차량이 늘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DC에서 오후 3시쯤 귀가길에 나섰던 홍진우(가명)씨도 “평상시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8시간 걸려 집에 도착했다”면서 “66번 고속도로에서 주요 도로로 빠지는 출구마다 차들이 늘어서 정체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특히 66번 고속도로에서 센터빌로 빠지는 출구 인근은 오후 9시쯤부터 약 1시간 동안 완전히 움직임이 멈춰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출구에서 미끄러지며 빠지는 차량이 완전히 교통 흐름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날 지옥의 퇴근길을 경험한 한 직장인은 “작년처럼 많은 눈이 아니기에 별 걱정을 안했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도로 상황에 놀랐다”며 “중간에 개스가 거의 떨어질 지경이 돼 불안해서 혼났다”고 전했다.
엘리컷시티에서 버지니아로 출장을 가던 김모씨는 폭설에 교통이 마비되면서 결국 차를 되돌렸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몽이 됐다. 조그마한 언덕길에는 수십대의 차량이 뒤엉키고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도로에 쓰러면서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27일 오전 도로 상황은 전날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주택가와 작은 도로들은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운전자들의 불편이 계속됐다. 또 도로 곳곳에 세워진 채 방치된 차들을 피하느라 위험스런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워싱턴 일대 모든 공립학교는 휴교령을 내렸으며, 연방 기관들은 2시간 늦게 문을 여는 대신 자유롭게 퇴근하거나 재택근무도 가능하도록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워싱턴-볼티모어 일원에는 최저 4.8인치(알렉산드리아)에서 최고 12.7인치(캐롤 카운티)의 눈이 내렸다.
허태준·유승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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