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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종들 '못 말리는 한국어 사랑'

문화원 한국어수업 폐지되자
50여 '한류' 열혈 매니아들
자발적으로 스터디그룹 결성

한류는 핫(Hot)하다. 한글은 한국 그 자체다.

소녀시대 노래를 듣고 점심으론 김치찌개를 먹는 것으로 모자라 한국어 스터디그룹까지 만든 50여 명의 열혈 매니아들이 있다.

한류의 정수를 배우고 있는 그들을 만나러 25일 LA한국문화원을 찾았다.

오후 7시 학생들은 영화 '봄날은 간다'를 시청하고 있었다. 미리 프린트된 대사를 보며 한줄 한줄 되뇌인다. '가나다라…'식 수업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쪽팔린다'라는 영화속 한 대사를 설명하기 위해 유경희(33)씨는 조선시대 쓰개치마까지 동원한다. 얼굴이란 뜻의 쪽(Face)과 동사 팔다(Sell)의 조합어라는 것은 물론 얼굴을 가리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삶과 남존여비 사상까지도 어우른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는 셈이에요. 전 영어를 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죠. 마음이 통하면 말은 통해요"라며 유씨가 웃는다.

학생들은 자발적인 학습의 중요성을 온 몸으로 보여주듯 열정적이다. 필기하는 그들의 손은 쉴 틈이 없다. 선생님의 서툰 영어도 고쳐주며 질문을 쏟아낸다.

질문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여자친구와 애인의 차이점 '죽다'라는 동사의 관용표현을 묻는다.

5년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대만인 제임스 린씨는 "한국어는 배울수록 어려운 언어지만 감정묘사에 으뜸"이라며 "돌아가시다(Pass away)는 말을 이해하려 돌다(Turn)와 돌아가다(Return)를 함께 배운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두리뭉실한 표현이 많다보니 학생들의 원성(?)은 높아진다.

"선생님 만나는 것(to meet)이 왜 데이트에요?" "'내 형편 알지?'는 욕 아니에요? 저번에 영화에서 '너 형편없어'라고 했을때 나쁜 말이라고 했잖아요." "남편은 애인 마음에 드는 사람 연인 자기 중에 뭐예요?" "선생님 아까 왜 저한테 맞다(to be beaten)고 했어요? 나 안 싸웠는데" "때리는 것을 팬다고 말하면 나 깡패에요?" "'배고파 죽겠어' '좋아서 죽겠어' 진짜 죽을 때는 '죽어서 죽겠어'예요?"

사실 문화원은 스케줄 문제로 1~3월 한국어 수업을 일시적으로 폐지했었다. 하지만 배움을 향한 열정에 장애물은 없는법. 학생들은 스스로 스터디그룹을 구성했고 이에 감동한 두 명의 선생님이 무료 수업에 나섰다. 기특하고 또 고마웠다.

한국어 공부는 끝이 없다는 사이먼 마드리드씨는 "몇 번이고 한국어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가게(카메라점)에 들리는 한인들이 '사이먼씨 요즘 한국어 공부 잘 하고 있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아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똘똘 뭉친 수업이다보니 쓴소리도 거침없다.

한국에서 1년동안 영어교사로 일했던 중국계 스테파니 지씨는 이력서에 사진 종교 신체사이즈 부모님 직업 등을 기재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아에 대한 차별은 있냐고 덧붙여 묻는다. 눈에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한국식 차별'의 존재에 선생님이 잠시 말문이 막힌다. 그리곤 솔직히 인정하고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한인 2세로 스터디그룹에 참가한 티나 박씨는 "문화에 옳고 그름은 없다"며 "한국어가 유창하게 되면 비오는 날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가나다라'를 넘어 한국을 꿰뚫어 보려는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구혜영 기자 hyku@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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