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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은 과연 무엇인가"

성극 '눈사람' 기독교 참모습 일깨우게 해

작년 12월26일 시인이며 극작가인 김낙영씨가 극본·연출을 맡은 연극 '눈사람'이 맥클린의 성프란시스 한인 성공회(최영권 신부)에서 공연됐다. 다음은 버지니아에 있는 박평일씨가 연극 눈사람을 본 소감을 보내온 글이다.

나는 연극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솔직히 일생 동안 연극을 관람해본 적이라곤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하는 연극을 몇 번 본 적밖에 없다. 만약 내가 아직 한국에서 살고 있다면 상황은 다소 달라졌을 것이다. 모교가 위치하고 있었던 서울 종로 동숭동 마로니에 거리가 오래 전에 연극촌으로 변했다고 하니 대학친구들과 어울려서 여러 차례 관람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성 프란시스 한인 성공회 최영권 신부님으로부터 연극에 대한 평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많이 망설이고 주저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다소 객기를 부려서라도 한번 써보기로 결정했다.

첫째는 ‘벌거벗은 왕’이란 동화에서 벌거벗고 있는 왕을 보고 벌거벗었다고 웃으면서 외친 사람은 오직 천진난만한 한 어린이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그 분야에 무지한 사람이 바른 평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관계나 선입견이 없는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몇 주 전에 한국의 감리교 인터넷 신문에 실렸던 ‘한국교회 신뢰도 3년째 낙제’라는 기사 내용에 대한 충격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종교별 신뢰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신도들에 대한 신뢰도에서 개신교 신도들은 17.6%였으며, 종교기관에 대한 신뢰도에서는 가톨릭 41.4 %, 불교 33.5 % 그리고 개신교가 가장 낮은 20%였다.

그것이 바로 세상에 비친 우리 크리스찬들의 자화상이다. 그런 면에서 성극 ‘눈사람’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시의적절한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12월 26일 연극제목에 어울리게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연극 시작하기 전에 극본 작가인 김낙영 시인이 극본을 쓰게 된 배경과 내용을 간단히 소개했다. 몇 년 전에 미국에 건너와 처음으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됐으며 그 동안 개인적으로 체험했던 교회생활과 인상을 기초로 썼다고 했다. 오늘날 대부분 종교들은 메너리즘에 빠져서 자신들의 문제점을 볼 수 있는 눈과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잠깐(blink) 관찰로 본 기독교가 기독교의 참모습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극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가정생활를 팽개치면서까지 교회에 열심이었던 진주엄마 박영숙은 중병을 얻어 병상에 오랫동안 눕게 된다. 술꾼 남편인 장소동은 그토록 열성적인 신앙인 부인이 중병을 앓게 되자, 평소에 비판적이었던 교회와 신도들에게 더욱 실망을 느끼게 된다. 그는 술을 마시기만 하면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 하나님을 입버릇처럼 비난하게 된다.

한편, 열성신도인 나최고 여사는 아침저녁으로 환자를 방문하여 병을 낫게 해달라고 입에 바른 기도를 계속하나 정작 필요한 도움이나 사랑은 전혀 베풀지 않는다.

말로만 하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위선적인 신앙의 표본이다.

반면 순수한 신앙의 소유자인 딸 소영과 아들 동주는 길거리에서 꽃을 팔아 엄마 병 치료비와 집안 살림을 꾸려가면서 하나님의 기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기도를 계속한다.

담임 목사인 김참 또한 진주엄마의 쾌유와 가족들을 위해서 조용한 기도와 봉사를 계속하면서 가끔씩 술꾼 장소동과 어울려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인간적인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간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진주와 동주는 정원에 수북히 쌓여 있는 눈으로 하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그 앞에서 꿇어 앉아 하나님께 어머니 병을 치료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간절히 기도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기적이 일어났다. 눈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는 진한 향기를 풍기는 생수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여 내리신 하나님의 사랑의 생수였다. 그 생수를 마신 진주 엄마는 완쾌되어 병상에서 일어난다.

알콜중독인 진주아버지도 그 물을 마시고 치료되어 성실한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나는 예수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예수를 닮지 않는 크리스찬들은 싫어한다”라고 했던 인도의 성자 간디의 말이 생각나게 하는 연극이었다.

크리스찬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나님의 자녀들이고 예수의 제자들이다. 따라서 예수가 뿌린 씨앗으로 이 땅에 예수꽃을 피우고, 예수열매을 맺고, 예수향기를 풍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기가 속해 있는 주위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고, 살기 좋고, 행복한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는 선한 사마이라인들이 바로 진정한 크리스찬들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포근하고 행복한 연극이었다.

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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