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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헤로디아, 비정한 권력의 칼을 든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예나 지금이나 지중해를 끼고 있는 지역의 문화는 '수치와 명예'의 문화였다. 집안이나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은 지금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수치와 명예'는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렌즈이자 코드인 셈이다. 신약성서의 각 장을 장식하는 수많은 설전도 형이 죽고 난 후 아래 형제가 그 형수를 아내로 맞이하는 시형제 결혼법도 이러한 수치와 명예의 문화와 맞물려 있다 하겠다.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수치를 당한 후 마음속으로 비수를 갈다가 결국 그의 목을 친 비정한 여인이 있었다. 헤롯 안디바의 아내였던 헤로디아가 그 주인공이다.

헤롯 안디바는 헤롯 대왕의 아들로서 갈릴리 지역을 다스리던 분봉왕이었다. 다른 아들들에 비해 아버지 헤롯을 빼다 박은 그는 로마 당국의 비위를 적절히 맞추어가면서 정치를 그럭저럭 잘 해나갔다. 그는 갈릴리 서안에 로마 황제 디베료의 이름을 본 따 디베랴라는 신도시를 건설하기도 하였다. 헤롯 안디바는 재임 초기에 나바테안 왕 아레타스의 딸과 혼인하여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하다가 이복형인 아리스토불루스의 딸이요 이복동생 (분봉왕 헤롯 빌립과는 다른) 헤롯 빌립의 아내인 헤로디아에게 반하여 그녀를 빼앗아 아내 삼아버렸다.

당시 헤롯 안디바와 헤로디아의 애정 행각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가십거리가 된 모양이었다. 이 잘못된 결혼을 강한 어조로 여러 차례 비판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세례자 요한이었다. 군중들의 여론을 두려워한 나머지 헤롯 안디바는 세례자 요한을 처형하지 못하고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헤로디아는 헤롯 안디바의 생일 연회가 있는 날 세례자 요한의 목을 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 연회가 무르익어 갈 즈음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살로메가 매혹적인 춤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취기와 기쁨으로 한껏 고조된 헤롯 안디바는 살로메에게 소원을 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맹세하였다. 귓속말로 헤로디아와 속삭였던 살로메는 헤롯 안디바에게 세례자 요한의 목을 요구하였고 그것도 참수 후 쟁반에 담아 연회장에 모인 모든 무리들 앞에 가져오라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한 말을 돌이킬 수 없음을 안 헤롯 안디바는 그렇게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하여 비정한 한 여인이 휘두른 권력의 칼에 여인이 낳은 자 중 가장 위대한 인물이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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