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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깨끗한 양심의 명령 따라야

전달수 안토니오/성 마리아 성당 주임신부

60대 후반의 한 노인이 여고를 찾아와 500만원을 내놓으며 과거의 잘못을 기워 갚겠다고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의 내용은 이러했다.

노인은 "10대 후반이던 1960년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신문 배달을 해야 했는데 강릉여고는 당시 내가 신문을 배달했던 곳으로 배달을 위해 학교를 오가던 어느 날 학생들이 복도에 벗어 놓은 운동화 한 켤레를 보고 나쁜 마음을 먹게 됐다"고 밝혔다. 이 노인은 "욕심을 못 이겨 운동화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이후 마음 한편에 돌덩이 같은 짐을 지고 살아왔다"며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만 도저히 안 돼 이렇게 학교를 찾게 됐다"고 교장 선생님에게 고백했다.

그분은 교장 선생님에게 "생활이 넉넉지 않아 50년이나 지나서 찾아오게 됐지만 이제라도 그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다"며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곳에 써 달라"고 전했다. 이에 교장선생님은 "당시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각박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잘 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리학에서는 양심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세분하여 상당히 복잡하게 다루는데 일반적으로 도덕률의 일반적 규범들을 인간이 행하려는 또는 행한 구체적 행동에 적용시키는 작용으로서 당장 행하려는 개인의 의무가 무엇인지 알려주거나 과거의 행동을 판단해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단순히 말한다면 선과 악을 식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기능으로 양심을 다루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위에서 언급한 그 60대 노인의 양심은 과거의 행동에 대해 가책을 받았으나 그것을 후회하며 보상하려는 적극적인 행위로 드러났다. 이런 의미에서 양심은 선은 행하고 악은 피하라는 자연 윤리학의 지침이 된다. 신발을 훔칠 때는 잠시 양심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거나 무디어졌으나 그것이 악이라는 것을 알고는 배상하려고 한 생각은 깨끗한 양심의 명령이며 배상을 통해 실천에 옮긴 것은 선의 실천이므로 그분의 그 행위는 선을 지향하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악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양심의 명령에 기꺼이 순종했다는 것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훌륭한 행위로 여겨진다.

언론을 통해 여러 범죄자들의 행위가 드러나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 중의 어떤 범죄자는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말에는 선과 악을 식별하는 기준인 양심이 살아있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양심이 돈에 의해 마비된 것이다. 가려진 양심 깨끗하지 못한 양심 더러운 양심을 가진 이들이 많으면 사회는 어두워지고 불안해진다.

너무도 살기 어렵고 가난하여 잠시나마 양심의 소리를 외면한 그 노인장은 배상을 통해 마음이 편안해 졌으니 이승의 삶을 다하는 그날까지 마음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성경은 "마음의 기쁨은 사람에게 생기를 주고 쾌활은 수명을 연장시키느니라"(집회서 30:22)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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