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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어른의 훈수 필요없다"…슈밋(56세·전문경영인), 페이지(39세·창업자)에게 구글 CEO 넘겨

10년 전 애플에서 IT 배워
안드로이드 OS로 모바일 진출
게이츠·잡스에 이어 2선으로
55년생 IT 세 거인 모두 퇴진

10년 동안 구글을 이끌어온 에릭 슈밋(56) 최고경영자(CEO)가 수렴청정을 끝낸다. 그는 2001년 창업한 지 3년밖에 안 된 벤처기업 구글에 CEO로 합류했다. 창업자 래리 페이지(39)와 세르게이 브린(38)은 당시 20대 애송이에 불과했다. 컴퓨터엔 도사였을지 몰라도 경영엔 문외한이었다. 슈밋은 젊은 창업자의 멘토이자 전문경영인으로 구글을 정보기술(IT)업계 공룡으로 키워냈다.

 슈밋은 20일 “오는 4월 4일부터 CEO직을 페이지에게 넘겨 주고 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대외 교섭과 대정부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앞으로 구글 경영은 페이지가 맡으며 브린은 전략 프로젝트와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슈밋은 “경영구조를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페이지는) 더 이상 어른의 훈수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세계 IT업계를 주물러온 1955년생 동갑내기 세 거두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슈밋이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게이츠는 자선사업을 위해 회장직을 내놓았고 췌장암을 앓은 잡스는 세 번째 병가를 냈다. 걸출한 세 인물의 인연엔 굴곡이 많았다.

 벤처기업 구글을 맡은 슈밋에게 아이팟으로 IT업계를 휘저어놓은 잡스는 우상에 가까웠다. 그는 페이지·브린과 수시로 잡스의 사무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심지어 슈밋은 애플과 구글을 ‘애플구(AppleGoo)’라고 줄여 불렀을 정도다. 잡스로서도 당시 IT업계의 황제였던 MS의 게이츠를 견제하기 위해 구글의 슈밋이 필요했다.



 그러나 잡스와 슈밋의 밀월은 오래가지 못했다. 슈밋은 애플의 아이폰을 벤치마킹하면서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비밀리에 개발했다. 급기야 구글이 2008년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자 잡스의 분노는 폭발했다. 더욱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대만 휴대전화 제조회사 HTC는 아이폰을 쏙 빼닮은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잡스는 “우리는 검색엔진 시장을 침범하지 않았는데 구글은 아이폰을 죽이러 안방으로 뛰어들었다”며 HTC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두 사람의 불화는 한때 구글 출신 요리사가 운영하는 노천 카페에서 단둘이 만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구글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애플 아이패드를 겨냥한 7인치 태블릿PC ‘갤럭시 탭’을 내놓자 불화는 더 깊어졌다. 실리콘밸리에선 두 사람의 불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다는 시각도 있다.

 잡스는 철두철미하게 폐쇄주의를 고집했다. 애플의 OS를 다른 스마트폰·태블릿PC 회사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슈밋은 공개주의자였다. 안드로이드를 매개로 스마트폰·태블릿PC 회사와 연합군을 형성했다. 그는 구글에 합류하기 전에도 OS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자바’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MS 윈도에 대항한 공개 OS인 리눅스 개발에 매달리기도 했다.

 슈밋의 퇴진으로 세 사람의 긴 인연도 막을 내리게 됐다. CNN머니는 이날 슈밋이 보유 중인 구글 주식 920만 주 중 6%(53만4000주) 매각 계획을 지난해 12월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슈밋의 지분도 현재의 3.1%에서 2.7%로 떨어진다. 대신 그는 20일 종가 기준 3억3400만 달러를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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