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남자의 삶' 경험한 여자의 기발한 '1인극 수다'

나같은 남자(Macho Like Me)
2월 13일까지 코스트 플레이하우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이혜리씨(사진)의 1인극 '나같은 남자'는 연극이라기 보다는 스토리텔링 곧 화자가 재미나게 구성한 이야기를 무대 위에 서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에 가깝다. 이혜리는 무대에 올라 남자들의 삶을 경험하고자 6개월반 동안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완전히 바꾼 채 실험적 삶을 살았던 스스로의 체험을 나눈다. 연기가 아니라 이야기다. 수다에 가깝다. 때문에 대본의 극적 완성도도 무대미술도 다른 연극무대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무대 정면에 설치한 프로젝터로 영사되는 장난스런 사진과 음향효과들은 프로의 무대라 하기엔 다소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같은 남자'엔 다른 어떤 연극 무대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직접 부딪히고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무대 위 한 사람의 진정성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실린 힘이다.

이혜리는 자신이 남자로 살았던 6개월반의 영상기록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머리를 깎고 가슴을 압박붕대로 동여매고 근육을 키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목소리까지 남자로 바꿔 버린 그녀의 모습을 엿보는 것은 신기하고 재미나다. 남자인척 게이바에 드나들고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 여자들과 춤을 추거나 다른 남자들과 농구경기를 했던 기억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들을 때면 폭소가 터져 나온다. 그녀의 이야기는 여성들에겐 미처 몰랐던 남성들의 생활 패턴에 대한 기발한 발견이며 남성들에겐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던 몸에 밴 남성성에 대한 지적들이다. 누군가의 섬세한 관찰에 의해 새롭게 언어화되는 사회적 성 정체성에 대한 담론들은 새롭기 그지없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는 남성의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로 이어진다. 따뜻한 눈빛을 나누거나 스킨십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는 것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 약함을 인정하는 것 등에 익숙하지 못한 남성들의 아픈 삶이 '남자 이혜리'의 눈을 통해 읽히고 '여자 이혜리'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객석은 점차 따스해진다. 남성 관객들은 위로를 받고 여성 관객들은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가볍게 시작됐던 '나같은 남자'의 이야기는 남성들을 응원하고 여성임을 찬양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된다. 이쯤 되면 조악한 무대효과 같은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관객 전부가 무대 위에 선 이혜리가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의 핵심에 닿았기 때문이다.

영어로 진행되지만 그리 이해하기 힘든 대사들은 아니다. 100석도 되지 않는 공연장 코스트 플레이하우스(8325 Santa Monica Blvd. LA)는 무대와 객석 사이 친밀도를 한층 높인다. 공연은 오는 2월 13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일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입장권은 일반 30달러 학생 25달러.

▶티켓 구입 및 문의: (310)720-2388 www.macholikeme.com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