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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공감하는 소재로 방향 틀어야"…'한국문학의 세계화' LA강연 정과리 교수

자급자족 불가능한 문학계
잘 팔아야 2~3만권이 전부
번역 통한 해외 진출이 해법
한인 작가와의 교류도 도움

정과리. 명교(明敎)라는 본명보다 과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한국문학 평론계의 거두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가 LA한인사회를 찾았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도전과 희망을 담긴 주제와 메세지를 들고서다. 13일 그를 만났다.

-필명이 본명보다 유명하다. 도대체 과리는 무슨 뜻인가.

"그냥 만든 것이어서 뜻도 이유도 없다.(웃음)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할 때 '혹시 아는 사람이 심사위원일까봐(지인이 자기의 글을 보는 것이 부끄러워서라는 의미)'라는 이유로 원고를 보내기 직전 우체국에서 머리 속에 갑자기 떠오른 단어를 필명으로 정했다. 다른 이유도 있긴 하다."

-그 이유를 소개해 달라.

"당시 은사셨던 김현(평론가.90년 작고) 선생은 본명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알고 지내던 급진파 문인들은 내가 일간지를 통해 등단한 것을 제도권에 들어간 것으로 받아들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특히 이들 중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치시던 분이 나와 논쟁을 벌이시다 '넌 절대 본명을 쓰지 마라'고 말해 그냥 필명을 쓰게 됐다. 필명을 계속 쓰다보니 이 이름(과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돼 바꿀 수가 없었다."

-왜 불문학을 택했나.

"김현 선생 때문이다. 김현 선생의 글을 읽고 '이 사람 밑에서 배우겠다'란 마음으로 불문과(서울대)를 택했다."

-영향받은 작가가 궁금하다.

"로그 브리예 사무엘 베게트 귀스타브 플로베르 등 수많은 프랑스 작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또 흔히 프랑스 철학이 20세기 후반을 세계 철학을 지배했다고 한다. 장 폴 사르트르부터 질 들뢰즈까지 당시 프랑스 철학자들은 언어부터 생물학까지 전인적인 지식을 갖추고 철학을 논했으며 이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남들은 한국문학의 위기를 말하는데 당신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주장한다.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의 틀 속에 맞춰야 할 시기가 됐다. 한국문학은 여태껏 한국어로 쓰여진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는 문학이었고 세계 독자들에겐 읽힐 수 없는 문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틀 안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무엇이 불가피하단 말인가.

"한국문학은 현재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명 작가들은 잘 팔아야 2~3만 권을 판매하는 것이 전부며 작가들은 생계를 위해 1년에 장편 분량으로 2개 이상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다. 문학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토양이 부족한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통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에선 세계화를 외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은 인구 규모가 다르다. 이들 나라는 인구를 기준으로 문인들이 자국 독자들을 통해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떻게 세계문학의 틀에 맞출 수 있나.

"한국문학계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한국문학만의 고유한 것을 찾으려 했는데 잘 되질 않았다. 이젠 세계의 독자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고유한 색이 사라질 우려는 없나.

"한국의 고유한 정서란 것도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우리의 '특징'이란 것을 뭔가로 규정해 놓고 그것에 집착하면 나올 것이 없다. 세계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소통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민족과는 다른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찾아야 한다."

-고은 선생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면 도움이 되지 않겠나.

"고은 선생께서 노벨상을 받으신다면 분명 한국문학을 알리는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선생의 수상확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상 고은 선생 주변의 사람들과 영국 도박사들의 예측일 뿐이다. 선생은 독특한 시낭송과 시집 만인보로 관심을 끌었지만 실상 독자가 있느냐는 회의적이다."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의미인가.

"고은 선생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시라는 장르 자체가 소설과는 달리 상당수의 독자를 이미 잃었다는 점 때문이다. 또 선생 특유의 시 세계가 과연 제대로 번역될 수 있었느냐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한국의 문인들은 한국어로만 글을 쓴다. 우수한 한글은 그간 한국의 문인들에게 좋은 울타리가 됐고 그 울타리 안에서 한국문학은 잘 성장해 왔던 것이 되레 지금은 세계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어가 영어처럼 세계 여러나라에서 쓰이면 되겠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만큼 결국은 번역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미주 한인문학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양쪽의 연계가능성은.

"한국계 미국인의 글은 미국인이 쓰는 것이지만 한국인의 정서가 담기게 된다. 당연히 활성화되어야 한다. 한국인들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경험이 고유한 문학으로 나와 세계문학 속에서 교류가 이뤄지면 한국문학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정과리(본명 정명교) 교수 약력

▷1958년 3월 8일 대전 출생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전 충남대 불문과 교수

▷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조세희론' 으로 등단

▷2005년 제16회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

▷2005년 제13회 대산문학상 평론부문 수상


문진호 기자 jhmo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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