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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그리스도인 (1)

전달수 안토니오/성 마리아 성당 주임신부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40년 정도 사시다가 프랑스로 돌아간 신부님이 계셨다.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우리 후배 신부들에게 들려주셨다. 한국에 왔으니 한국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서양음식은 거의 안 드시고 한국 음식을 즐겨 드셨다. 된장 고추장 김치는 물론이고 보신탕까지 드시면서 열심히 일을 하셨는데 위가 좋았던지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5년 후 본국 휴가를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고향에 가서 동생 식구들과 얼마 동안 지내는데 사람들이 모두 신부님 몸에서 한국 냄새가 난다고들 했다. 자기도 모르게 몸에서 김치 냄새가 풍겼던 것이다. 빨래를 해주던 제수가 "신부님 옷에서도 한국 냄새가 난다"고 했고 마굿간에서 키우던 소들도 신부님이 가까이 접근하면 놀래더라고 하셨다. 프랑스 토종이 한국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냄새들이 있다. 사람 몸에서 나는 땀내나 노린내 같은 냄새들을 비롯해서 시골의 향수라고 하는 논밭에서 풍겨나는 인분 냄새 로션이나 향수 냄새 구두 뒷창에서 풍겨나는 악취 같은 치즈 냄새 갖가지 과일 냄새 등등. 이런 냄새들 중에는 향기로운 냄새가 있는가 하면 맡기만 해도 견딜 수 없는 역겨운 냄새도 있다. 나는 한 때 이런 냄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냄새와 관련된 잊지 못할 추억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독특한 냄새가 나면 자연스레 냄새에 대해 흥미를 갖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로마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교회 기숙사에는 세계 각처에서 온 신부들 약 15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한 마디로 인종 전시장이라 할 만큼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특히 아프리카 신부들은 모두 흑인이었는데 그들과 처음 살아보는 우리에게는 얼굴 모습이나 머리카락 등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 그들과 함께 살다보니 재미있는 일들도 있었으나 눈에 거슬리고 힘든 일도 많았다. 같이 음식을 먹을 때 특히 빵을 손으로 집어 먹을 때 새까만 손으로 쥐었다 놓은 그 빵을 내가 먹어야할 때는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아예 먹지 않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참기 어려웠던 것은 그 사람들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무엇이라고 딱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한 냄새는 함께 살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얼굴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고약하고 역겨웠다.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고약한 냄새는 우리를 상당히 곤욕스럽게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생각을 바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래서 되겠는가? 내가 여기에 살면 얼마나 살까? 이 기회가 얼마나 좋은가? 여기에 사는 동안 저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봐야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리고는 옆 방 건너방에 있던 나이지리아 신부와 가까이 지냈다. 자주 접촉을 하다 보니 사람이 아주 순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보다 현대문명에 덜 물이 들어서인지 착하고 순수했다. 그러나 그 냄새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을 아는 아프리카 신부들은 하루에 여러 번 샤워를 하면서 그 냄새를 없애려 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방문을 두드리면 "기다려라" 하고는 창문을 열어 방 안의 공기를 환기시키고는 세수를 하고 난 뒤에 문을 열어 주는 데도 방 안에 들어가면 여전히 그 역겨운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를 맡으면서도 그 신부와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했으니 이유를 알아보니 그가 순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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